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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찬 피서에 대해

일상과 사색

by 오영

더운 여름의 휴일 오후, 전기료 걱정 때문에 마음껏 에어컨을 켜지도 못하고 땀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가만히 있는다.


한 살의 아메숏 고양이 '나무'는 오전에 뭐가 불만인지 찡찡 대다가 이제 좀 조용해질 즈음, 물샤워를 한 후 소파에 누워 선풍기를 켜고 30분 즈음 졸다가 일어난다.

더워서라는 핑계는 있지만, 무언가 보람차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 휴일을 이렇게만 보내서는 안 되기에 휴일의 루틴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이번 장소는 도서관 북카페로 정했다.


자주 가던 도서관 북카페로 한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공공도서관이다 보니,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찾기도 해서 일반 카페보다 조용하고, 쾌적하다 보니 더 시원한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가장 큰 장점은 북카페와 열람실 간의 거리도 멀지 않아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커피값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놀랍게도...도서관 북카페입니다.

그리고,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장소가 주는 무언가 보람찬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구나 라는 스스로의 위안도 한몫을 한다.


피서라고 하면 우거진 숲이나 시원한 계곡을 간다던가, 에어컨이 빵빵하게 켜진 대형 쇼핑몰에서 보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북적북적한 장소에서 있기보다는 아무래도 가깝고 정적인 곳에서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 부부에겐 맞는다.




얼마 전 며칠 쉴 기회가 있어, (다른 일 때문이지만) 간만에 서울을 올라간 적이 있었다.


오랜만의 서울여행이라 못 가본 청와대를 가보리라 계획하고 간 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마무시한 햇살이 내리쬐고,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 속에서 걷기를 하면서 불과 두 시간 만에 체력이 고갈되는 위기를 맞았다.

더운 여름날의 청와대 전경..정말 더웠어요!

어찌어찌 볼거리를 봤으나, 흠뻑 땀에 젖은 후 찾은 시원한 카페에서 구경 후기를 나누던 중, 부부는 여름휴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전에는 관광지를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국내든 해외든 휴양지를 가는 게 좋겠어."


"휴양지를 가면 왜 유럽에서 온 장년층의 관광객들이 그늘 아래의 선베드에 누워 한가로이 책을 보잖아? 젊었을 때에는 이 아까운 시간에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됐었지만, 이제 알겠네..."


"그들은 단지 체력이 안되어 쉬고 싶었던 것뿐일 거야..."


물론 그들의 속내와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사정과 상관없이 저질 체력인 우리 부부는 이렇게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런 부부에게 도서관 북카페는 더할 나위 없는 보람찬 피서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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