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꿈속의 내가 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다. 마치 내(뇌)가 썰을 풀 테니 기억하려면 기억해 봐...라는 투로 말이다.
뇌 속에는 이야기 보따리가 많은듯해요
나는 꿈을 꿨다고 해서, 그걸 해석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흉몽을 꾼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삶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뇌가 만들어내는 잡다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내 머릿속 하나의 B급 영화와 같이 취급한다.
어쨋든 다양한 면에서 나의 뇌는 아마도 뛰어난 감독은 아니지만, 빠르게 다작을 찍는 영화감독에 가까운 편인 것 같다.
보통 맥락 없는 모험영화나 생활 드라마를 찍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어릴 적에는 귀신에 쫓기는 공포영화 장르도 간혹 있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다행히도 (사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만 이런 사유로 멀리한다) 공포 장르인 경우는 별로 없다.
아무튼, 다양한 장르로 뇌 속에서 심야영화가 상영되다 보니, 간혹 스토리가 꽤나 재미있어서 꿈속에서도 이거 잘 정리하면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면서 꿈을 꿀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적어두고 싶지만, 막상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다 보면 안타깝게도 새하얗게 잊고 만다.
그날도 늦게 잠을 든 후여서인지, 또는 인상적인 영화나 드라마를 본 후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맥락 없는 다크판타지를 한 편 상영한 후, 마치 본편 영화와는 상관없는 쿠키영상처럼 또 다른 이야기의 단편영화를 나의 뇌 속에서 상영해 주었다.
내 안의 작은 영화관. 무료다!
그 장르는 무려 블랙 코미디로 '이거 잘 정리하면 사회성 담은 단편소설이 될 수도 있겠는데?' 싶은 내용이었다.
다행히도 그날은 휴일 아침인 데다, 냥이인 나무 씨가 아침부터 찡찡대는 바람에 더 이상 잠은 무리다 싶어, 잽싸게 일어나서 생각나는 대로 스마트폰에 내용을 적었다. 그런데, 적다 보니 꿈에서는 매끄러웠던 이야기가 어딘가 허술하다.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는 멋졌는데, 그 과정의 연결이 잘 안 되고 빈 곳이 많다.
매번 놓쳐서 안타까웠던 뇌 속의 영화를 겨우 기록했는데, 적고 보니 이걸 과연 소설로 적을 수 있을까 싶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야기에 살 붙이고 장면 간 맥락을 이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내 능력이 그걸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러고 보면, 소설가들이나 유명 영화감독, 각본가 들은 정말 짧은 순간의 사건이나 이야기에서 대단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던데, 이 능력은 아무나 갖는 것은 아닌 게 틀림이 없다. 그런 것도 일종의 그 사람만의 초능력이겠지싶고, 그 능력이 부러워진다.
소설가 스티븐 킹. 대단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분명히 꿈속에서는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스토리텔러였는데...
아마도 뇌 속의 나는 능력자인데, 육체에 갇히면서 평범한 사람이 된 게 아닐까 싶은 망상을 하게 된다.
덧붙임. 다른 분도 그러실지 모르겠지만, 칼라꿈, 자각몽도 꾼 적이 있는데... 특이하게 꿈속에서 꿈을 꾼 적도 있습니다. 좀 특이한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