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맛집이라면, 하나 이상씩은 갖추고 있는 'ㅇㅇ정보통' 출연이라던가, 'ㅇㅇ의 달인'의 달인 명패라던가 등이 붙어있는 그런 집이다.
역시, 손님은 많았고, 대기줄도 길어서 잘 찾아왔다 싶었다.
이렇게 정리한 식당도 있다
이런 집을 갔을 때, 확실한 인증 중의 하나가 벽에 붙어있는 연예인 또는 정치인 사인이다. 이 사인들이 어떻게 보면 그 식당의 킬마크* 같은역할을 하는데 사인이 얼마나 많은가, 또 얼마나 유명한 사람의 사인인가, 내용이 어떤가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진다. (가끔 ㅇㅇ산악회 회장의 사인도 있던데... 이건 좀...)
*전쟁에서 상대방 격추수를 표시한 마크인데, 실력을 나타내는 표식이라고 할 수 있음
음식맛은 감성평가도 가미되어, 비슷한 맛이었다면 앞서 붙은 사인인증이 많을수록, '아, 이 음식은 맛있는 음식인가 보다.' 하고, 혹여라도 맛이 별로였다면 '내 입맛이 독특한가 보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른 업종으로 바꿔보면 전쟁 중 전투기의 경우, 파일럿의 실력은 적국 국기모양의 킬마크로 인증된다. 조종석 옆의 킬마크가 몇 개인가, 어떤 종류의 비행기를 격추했는가 등으로 '이 사람은 에이스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전차나 함정도 마찬가지다.
2차 대전 전투기의 킬마크
사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깨의 칼빵 숫자로 몇 학년인지를 말한다던가, 어류 문신으로 위의 경우와 반대되는 인증 말고, 그 사람의 실력을 나타내는 인증말이다.
어릴 적에는 숙제노트에 '참 잘했어요' 도장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로 자부심의 크기가 달라졌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성인들은 어떠할까?
이마에 '참 잘했어요' 마크를 새길수도 없고, 그렇다고 행사에 참석한 직업군인이 아닌 이상에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다닐 수도 없고 말이다.
앞서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이 아닌 직장인이라면, 조직에서의 평가, 즉 레퓨테이션(Reputation)이 그나마 직장인의 킬마크 정도 될까? 하지만 이것은 겉에 드러나지 않아 누군가에게 묻거나 우연히 듣지 않는 한 파악하기 힘들다.
몇 년 즈음 전에 직장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 착한 사람은 심성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라고...
일을 잘해야 주변에 같이 성과도 나고,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서였는데, 요즘은 조금 바뀌어서 일만 잘한다고 회사의 착한이 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본인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도 있어서다.
어쨌든 성과와 인성 두 가지 모두에서 좋은 레퓨테이션을 받기 힘들다면, 하나라도 좋은 게 낫긴 하겠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레퓨테이션은 쉽게 파악되지 않아 역시 직장인의 킬마크라고 보긴 어렵겠다.
반대로 악명은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좀 웃기게도 보통 사회에서는 칭찬보다는 험담 또는 악명이 더 쉽게 퍼지기 때문인데, 이 악명이 전투기 에이스와는 다른, 자신을 킬 하는 마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이렇다.
직장이든 사회에서든 사람은 악명 킬마크를 얻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레퓨테이션을 쌓거나 어필하기는 어렵고, 100개의 레퓨테이션이 있더라도, 악명 킬마크 하나 새겨지면 허사가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