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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Jul 27. 2023

기억의 저장방식에 대한 그럴싸한 생각

일상과 사색

 여러분은 어릴 적 몇 살이었을 때까지 기억이 나시는지?


 나의 경우에는 5~6살까지의 일들 일부를 기억한다. 다른 분들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그 나이대의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게 나 스스로 놀랍기도 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어릴 적 살던 동네를 간 적이 있었는데, 골목을 지나 살던 집이라던가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해 드리니 놀라셨을 정도다.


 사실 그것보다 더 어릴 적의 기억이 파편처럼 남아있긴 한데, 그건 아마도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에 의해 나의 뇌 속에서 상상으로 만든 기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뇌에서 기록하는 기억의 저장방식은 이런게 아닐까 하여, 공돌이 출신이 순전히 주관적 논리에 근거하여 그럴싸한 방식을 생각해 보았다.

(그럴싸한 생각이랬지, 논문은 아니니 진지할 필요는 없다)




 나의 유년기에서 6살 전후의 기억은 유튜브 숏츠와 같이 짧은 영상만 남아있고, 그 이전은 마치 오래된 사진과 같이 스냅샷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더 오래된 것은 색깔의 감각까지도 사라진 흑백 이미지다.


 즉, 현재로부터 과거의 기억이 멀어질수록 긴 동영상 --> 짧은 동영상 --> 칼라사진 --> 흑백사진 의 순서로 저장되어 있다. 마치 영상물의 발달 순서를 거꾸로 뒤집은 것 같다고 할까? (예전 기억 일부는 음성이 저장되어지 않다)


 아마도, 뇌의 저장소에서 최근 항목은 대뇌피질에 남아있다가,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같이) 좀 더 오래된 기억은 더 깊은 폴더로 넘기되, 내용을 좀 정리하는 것 같다. 그나마 뇌의 용량이 한정되므로 더 오래된 기억들은 저장용량을 줄이기 위해 사진으로 변경하고...


 그리고, 오래된 기억들 중에서도 가끔 꺼내보는 기억 외에는 아마도 저빈도 데이터라고 판단해서, 삭제처리하는 것 같다. 지워지지 않은 옛 기억 중에서도 즐겨찾기에 들어간 건들은 그나마 숏폼으로 남겨두고 있고 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최근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도 숏폼으로 저장되거나, 삭제된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의 기억이 숏폼으로 저장되다 보니, 왜 그랬지? 싶은 건들이 생겨나고 말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일부 기억은 내가 기억하지 못했을 법한 것들 생성형 AI가 이미지를 만들어내듯, 가족들로부터 들은 정보와 추정으로 가상의 기억을 생성해 낸 것 같다.


 정리해 보면, 뇌 속의 데이터 저장방식이 실제 발생한 일에 대해 1차 저장소에 그대로 데이터 저장하고, 빈도중심의 관리하는 방식에 덧붙여, 뇌 속의 생성형 지능이 개입하여 만들어낸 가상의 기억들도 저장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 메모리의 용량따라, 기억의 양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있고, 관리한 방식에 따라 그 기억을 잘 해내는 사람과 한참 걸려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게 나의 그럴싸한 비과학적인 생각이다.


 뇌 속의 생성형 지능(사람이니 인공지능이라고는 할 수없고)이 아주 많이 발달한 사람은 상상력이 좋을 수도 있지만, 가공된 기억들도 꽤 있을 수 있어서 때론 엉뚱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말이다.


 뭐 이런 식으로 뇌의 기억방식을 적어봤는데 그럴싸하지 않은가? 그냥 밤에 문득 생각나서 적은 망상글이니, 아니면 말고...



덧붙임. 전에 읽었던 뇌과학 책 중에서 인상 깊었던 책 하나 추천해 봅니다.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 :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라는 책입니다.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쓰여져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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