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운동 '달리기'

by Serendipity

달리면서 가장 정직한 인생의 룰을 깨달았다. 이봉주 선수의 말이다. 실제로 달리기는 편법이 통하지 않는 바른 운동이다. 속임수가 통하지 않아 반칙에 휘슬을 불어줄 심판이 필요 없다. 오로지 내 안에서 솟아나는 나약함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숨이 차올라 점점 힘들어지면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만 달리고 싶은 마음과 목표 지점까지 꼭 완주하고 말겠다는 의지 사이의 갈등. 반드시 의지가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의 감정이 다르듯 몸 상태도 나날이 다르다. 몸이 무거운 날은 마치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두르고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날은 달리기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리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인지하고 반응해야 한다. 그 신호는 정직하기 때문에.

달리다보면 몸의 상태를 알게 된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불린 다음 날은 몸이 무겁다. 걸을 때는 잘 모르지만 달려보면 맛있게 먹은 흔적이 몸에 붙어 있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적당량의 음식 섭취는 달리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과식은 몸을 무겁게 하여 뜀박질을 둔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몸을 가볍게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음식을 조절한다. 이유는 오로지 매일 가볍게 달리고 싶은 욕구 때문에. 음주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숙취는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몸에서 알코올 성분이 어느 정도 빠질때까지 달리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알코올이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운동은 간 손상으로 이어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술도 조절하며 마신다. 한마디로 달리기를 만나고 나서는 절제의 미덕을 알아간다.

달리기는 연습한 시간이 말해 준다. 노력한 만큼 더 오랫동안 멀리까지 달릴 수 있다. 기껏 일주일 정도 달렸다고 해서 멀리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을 갖고 꾸준히 노력할 때 다리 근육이 증가하고 심폐 지구력도 좋아진다. 멀리 보고 꾸준히 노력할 때, 달리기 좋은 몸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농부가 오랜 정성을 들여 열매를 얻는 과정과 같다. 겨울 눈보라를 견딘 후, 봄 햇살에 꽃이 피고 여름의 강렬한 태양과 함께 비, 바람을 맞아가며 비로소 가을에 결실을 맺는 것처럼,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바람 속에 몸을 꾸준히 담금질할 때 몸과 마음은 더욱 강해진다. 1km도 달려 보지 못한 사람에게 10km 완주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달리기로 땀을 흘려본 사람만이 완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달리기는 정직한 운동이다.

사무실에서 입었던 옷을 벗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가벼운 촉감이 좋다. 몸에 부드럽게 밀착하여 옷과 내가 하나 된 듯한 느낌이다. 벌써부터 작은 흥분감이 밀려온다. 오락실에 빠졌던 초등학생 시절, 금세 끝나버릴 게임 한 판을 위해 100원짜리 동전을 넣기 전부터 느꼈던 작은 흥분감. 40대 중반이 된 지금, 초등학생 때 느꼈던 그 기분을 달리기 전에 느낀다. 정말 하고 싶은 기다림에는 아랫배를 간지럽히는 묘한 흥분감이 밀려온다. 생각해보면 이토록 삶의 활력이 되었던 흥분감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싶다.

운동화를 신는다. 발을 포근하게 감싸줄 운동화 끈을 꽉 끼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동여맨다. 가볍게 달린다. 운동화 바닥이 아스팔트 바닥에 닿는 기분 좋은 마찰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린다. 덩달아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달리기가 가르쳐 준 정직의 미덕을 배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달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달리기, 그 이유를 알려준 생애 첫 하프 마라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