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하고 다신 말 안해!

by Serendipity

신혼 초, 아내와 있었던 일이다. 퇴근 후 집 안으로 들어선 나를 아내가 다급하게 불렀다. 얼굴이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목소리 톤도 평소보다 높았다.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나는 무슨 일인지 들어 보았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상사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었다. 그래서 꾸중까지 들었다고 한다. 과연 이게 꾸중까지 들을 일인지 나에게 묻고 있었다. 아내는 한 참 열변을 토해낸 후, 나의 반응을 기다렸다. 당신은 내 편이니까 뭐라도 한마디 해줘야지 하는 간절한 눈빛까지 보였다. 그런데 난 엄청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신도 뭐 잘못한 게 있겠지”


순식간에 아내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다. 뒤로 휙 돌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뒷모습에는 서운함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틀 동안, 아내는 나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지나쳤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공감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의 문을 열어 들어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공감(共感)의 뜻을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의미를 핵심 단어로 표현하면 경청, 이해, 감정이입이다. 공감이라는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하기 위해서는 경청, 이해, 그리고 감정이입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가능함을 의미한다. 공감으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은 셈이다.

공감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경청이다. 경청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담아 듣는 활동이다. 단순히 말 자체에 집중하는 차원을 넘어 말하는 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혹은 그 의도와 목적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며 들어야 한다. 경청에 어울리는 태도가 수반되면 더욱 좋다. 눈 맞춤을 유지하고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태도다. 상대방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는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다시 질문하고 확인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경청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공감을 위한 두 번째 중요한 요소는 이해다. 이때 이해는 단순한 인지 활동이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것까지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의 확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아들의 잦은 눈깜빡임을 나쁜 버릇이라고 간주한 아빠가 그 버릇을 고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이해하고 접근한 것이다. 왜 눈을 깜빡이는지, 그렇게 만든 구체적인 상황은 무엇인지 등과 같이 드러나지 않은 곳까지 이해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도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판단을 유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이유나 원인을 생각하며 이해의 여지를 확보해 두는 것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과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공감을 위한 세 번째 중요한 요소는 감정이입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작용하지만 감정이입은 마음이 움직인다. 이해가 두뇌를 자극하는 인지 활동이라면 감정이입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심적 활동이다. 이처럼 공감으로 가는 길에 이해와 감정이입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수용하는 감정이입이 통합될 때,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진다. 머리는 알고 있으나 마음이 허락하지 않으면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한다. 상호 래포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 그날의 감정 상태에 좋지 못한 상황이 개입한 경우, 개인의 가치와 관점이 강하게 충돌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돌이켜보면, 아내의 상황에 공감하지 못한 이유는 그날의 피로도 일정 부분 작용한 듯하다. 이로 인해, 아내의 상황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초점을 둔 것이다.

아내는 지금도 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가끔 털어놓는다. 이제는 최대한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내의 마음이 되려고 노력한다. 공감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대화도 잘 마무리된다. 기분도 한결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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