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장애
그의 눈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당당함, 자신감, 열정이 한 눈에도 느껴지는 젊고 패기 있는 20대 청년과의 만남은 강의장에서였다. 이 청년의 취미는 스피드의 상징 모터사이클이다. 동호회에서 그는 어린 나이에 속했지만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스피드를 즐기는 그가 가죽점퍼와 가죽바지에 검은 헬멧을 쓰고 애마인 BMW 모터사이클로 달리는 사진은 영화의 스틸 컷을 연상시킬 만큼 멋졌다. 그러나 나는 그 청년과의 첫 만남에서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는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어 얼굴의 반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강의 중 청강자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혹여나 그가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구경 삼아 바라보는 느낌을 받을까 나 스스로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 강사가 감정을 실은 눈빛으로 교육생을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나, 감정을 숨긴 체 호기심을 채우려고 바라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얼굴 상태는 심각했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눈 마주침으로 2초 이상 그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으며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의 정서가 그렇듯 교육 중 청강자는 질문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청년은 나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다부지게 대답했다. 그는 너무나 당당하게 또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고 다음 교육에서 그 청년과의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되었다. 신입사원 대상의 직무역량 강화 교육으로 이날의 주제는 직업윤리였다. 그러니 이 청년은 취업을 한 신입사원으로서 필수 교육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업은 인간에게 돈을 버는 수단일 뿐 아니라 성취감, 자기 성장, 사회적 기여 등 삶을 지탱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이므로 직장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한다면 삶이 행복하기 매우 어렵다. 강의 내용이 직장과 삶의 행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자 이 청년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에겐 오늘 하루를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생은 하루 24시간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행복은 가까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행복이 너무도 가까이에 있는데 그걸 몰라봅니다. 생각해 보세요. 미각이 있다는 것마저도 큰 행복입니다. 미각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그럼 음식을 먹을 때마다 배울 채우기 위한 의무감으로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옆에서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얼마나 불행할까요?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습니다. 매번 식사 때마다 저는 이 맛있는 음식들을 혀끝으로 느낄 수 있음에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하지 못하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며 자신의 행복을 알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는 비장애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장애인이니 제 주변에 장애인 직장인이 많이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나이 드신 장애인 분들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려고 늘 배우고 도전하고 직업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정말 열심히 사는 장애인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보다 훨씬 건강한 신체를 가진 비장애인들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자기 성장을 위해 공부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낍니다. 특히 실의에 빠져 우울해하고 있거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삶을 즐겁게 만들고자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나의 행복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도전하고 그것들을 누리며 삶을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울해하고 있거나 내가 좋아하는 일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내일 죽는다면 저는 너무나 억울할 것 같습니다.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사는 것이 제 인생의 행복 목표입니다.”
이 청년의 말을 듣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장애인은 누구인가? 사람은 몸만 있는 존재는 아니다. 감정을 느끼는 마음, 그리고 생각과 판단의 정신도 있다. 쉽게 상처받는 내 마음과 때로 목표한 일에 가끔 꺾이는 나의 의지와 멘털이 떠올랐다. 사람을 볼 때 우리의 눈은 크게 두 가지를 보고 느끼게 된다. 하나는 신체의 건강함 그리고 미적인 아름다움일 것이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도 눈으로 보이게 된다면 과연 나는 건강한 사람일까? 또한 아름다운 사람일까?를 생각해 본다. 이 청년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그러나 그의 마음과 정신은 너무나도 건강하며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