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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 산 Jan 22. 2024

노량, 죽음의 바다

이순신과 임진왜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작품인 노량이 개봉했다. 명량보다, 한산보다 관객수는 적지만 개인적으로 3부작 중 노량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관객의 스코어만으로 이 영화를 평가한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작품 명량은,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비교하는 것이 맞다 싶다. 불멸의 이순신이 수준이 낮다는 뜻이 아니라 명량은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고, 공영방송이 허용하는 한계치에 준하여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만듦새가 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한산은 학익진의 완성이라는 설정된 목표를 향해 집중력 있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간 영화라는 생각이 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순신 장군보다는 적장인 와키자카가 더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이순신 장군은 거대한 벽, 아무리 거대한 파도도 부딪치면 부서져 버리는 그런 거대한 바위 같은 존재로 그려졌기에 대사도 움직임도 거의 없는 이순신 모습으로 형상화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노량은.............. 대미를 장식하기에 이보다 더 괜찮은 영화적 결론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 이순신 장군은 임진년 7년 전쟁 동안 바다 위에서 백병전은 피하고 화력전으로 적을 섬멸했다. 판옥선의 장점을 극대화한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전장에 임했기에 단 한 번도 패배가 없었고, 아군의 사상자도 적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은 양측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일본군 전사자가 2만, 명군 부총관 등자룡의 전사, 그리고 조선군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전사했다. 그것은 그동안 수행했던 전투와 노량해전의 목적이 달랐기에 양상도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은 져서는 안 되는 전투를 끝내 승리하여 나라를 지켜냈다면 노량에서는 적을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백병전을 불사한 그야말로 처절한 난전이었다.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은 승리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원수를 갚자, 섬멸해야 한다, 열도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반드시 적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7년에 걸친 전쟁 동안, 이순신은 승리의 상징이었지만, 본인은 죄 없이 끌려가 고신을 당했고, 어머니를 잃었다. 칠천량 해전으로 붕괴된 해군을 재건했고, 아들을 잃었다. 왕의 잘못된 선택으로 함께 전장에서 목숨을 걸었던 전우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수몰되는 일을 겪었다. 그런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을 표현함에 있어, 피폐한 정신과 육체를 움직이게 하는 목표는 오로지 하나,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그 하나였다는 추정에 동의한다. 많은 고민과 연구로 도출해 낸 결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은 군인이었다. 군인은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누구보다 그 본질에 충실했던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으로써 그 북소리가 너무도 짧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3부작 중 김윤석의 이순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의 필모 속에 어디에도 군인이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누가 뭐라고 하든 물러섬 없이 앞으로 나아가며, 갑주 속에 모든 고통과 상념을 갈무리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체 죽음과 삶을 가로지르는 그 경계위의 서 있는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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