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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 산 Mar 24. 2024

회回의 이해

문자를 읽다.

回는 상형자이다. '돌다', '돌리다', '둘러싸다', '돌아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더러 '구불구불거리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상형자象形字라는 것은 사물의 모습을 본떠서 문자를 만들었다는 뜻이며 그 모습에서 비롯된 성질은 문자의 뜻이 된다.


그렇다면 回의 모습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상용자해에 따르면) 연못 등에서 물이 빙글빙글 도는 모양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빙글빙글 도는 물의 모습이 회의 자형字形이 되었고, 의미가 된 것이다. 그리고 回는 다른 문자들과 연결되며 단어를 이루고 새로운 뜻으로 확장되어 쓰인다. 회전回轉, 회춘回春, 회귀回歸, 우회迂回 등 우리는 이미 回를 잘 알고 잘 쓰고 있다.


요즘 소위 인생 2회 차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억울한 죽임을 당했거나, 사회의 약자로서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이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전세를 역전시키는 류의 이런 이야기들을 회귀물이라고 한다. 미래를 알고 있는 유일자로서, 주인공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위치에서 미래를 바꾸어 나가는 것을 보며 시청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류의 드라마들이 등장하는 이면에는 현생에서는 도저히 그 간극을 좁힐 수 없다고 느끼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기에 회귀물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은가?’ 하는 질문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가고 싶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학창 시절로 돌아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없다’였다.


후회되는 순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바로잡고 싶은 선택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때의 나의 선택과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족했지만, 미숙했지만 최선을 다했던 나는 그만한 존중은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은 막아두면 그 자리에서 뱅뱅 돌기도 하지만 물길을 막지 않는다면 흐르는 것이 속성이다. 돌게 두지 말고 흐르게 하는 것이 보다 삶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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