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단상_어른이 된다는 것.

by 검은 산

어느 때인가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던 순간은 더 이상 세속적인 기준에서 대단한 삶을 살 수 없다는 현실을 직면했을 때, 좌절감을 느끼기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았을 때였다. 드라마에 나오는 좋은 대학, 넓은 집, 좋은 직장, 비싼 차,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 실패한 삶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눈앞에서 확인했을 때였다.


그러나 어른이 되었다고 스스로 좋은 어른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못하는 것은, 개인의 서사가 거세된 물질적인 규정을 벗어나서 자신만의 온전한 리듬을 만들었다고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엉거주춤한 상태로 어중간하게 이 한생을 그저 쓰고 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 앞에 뚜렷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어른과 좋은 어른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거두절미하고 왜 그것밖에 하지 못하냐고 비난하고 다그치기보다는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은, 아이에서 어른되기까지 지내온 녹록지 않았던 수많은 낮과 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또다시 그 낮과 밤들을 녹록지 않게 용기있기 보낸다면 언젠간 그 낮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자신만의 온전한 이야기를 가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의심 incredu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