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문장_breakthrough

by 검은 산

breakthrough는 한국어로는 돌파, 해결 등으로 해석하며, 영영 사전에는 'a sudden, dramatic, and important discovery or development'라고 정의되어 있다. breakthrough는 명사지만 break와 through를 띄워서 쓰면 돌파하다, 해결하다의 동사로 쓴다.


‘breakthrough’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나이를 먹으며 경험과 지식을 채우고도 성장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미 과거의 자신이 아닌데도, 여전히 과거의 익숙함에 젖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로 결정했으면서도, 아무 결정도 안 했으니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을 것이고, 이대로 안전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삶이 녹록지 않고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근거 없는 낙관에 기대는 것은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조차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신뢰할 수 없는 낙관을 기꺼이 믿고 싶어 하게 한다. 외부의 상황은 언제든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변화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두려움이 선택과 결정을 미루게 한다. 그 결과 도태된다.


도태된다는 것을 흔히 경쟁 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 없어진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진짜 도태는 자신임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얻기 원하는 순간부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기쁨과 슬픔을 느꼈을 때가 가물거리고, 분노를 일으키는 모순 앞에서 무감해지는 것을 선택하며, 가능성을 찾는 일에서 피로를 느끼는 순간들이 모여 두터운 표피를 만들어 낸다. 거친 외부 상황으로부터 지켜주는 갑옷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올 때, 제자리걸음 중이라고 느낄 때, 이 단어 break 그리고 through가 생각난다. 거대한 성공이나, 남들에게 추앙받을만한 명예를 얻고자 함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주친 기회와 선택, 성공과 실패를 수용하면서 가진 것과 짊어진 것이 늘어난 자신에게 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지금이 ‘breakthrough‘ 필요한 순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오는 순간마다, 여전히 직감이 살아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이 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문제인지 돌아보면 걸어온 길에는 수많은 선택과 기회가 보인다. 선택하지 않은 기회가 거대하게 보이는 것은 현재가 불만족스럽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만 그뿐이다. 불만족은 힘이 없다. 힘이 있는 것은 break 하면서 얻게 될 충격과 through 하면서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을 견딜 의지이다. 그대로 주저앉아도 할 수 없고, 나아간다 해도 더 나을지 알 수 없다. 다만 breakthrough는 나에게 자신을 잊지 않게 해주는 울리는 알림이자, 여전히 내게 남은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로, 불현듯 다가오는 너울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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