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secret's safe with me.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는 인간관계인 것 같다. 가족, 친구, 동료, 연인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맺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물론이고, 인생의 궁극적인 성공도 달려 있다. 여기서의 성공은 물론 물질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나답게 살았느냐를 말하는 것에 더 가깝다.
돌이켜보면, 필요에 따라 피상적인 관계를 맺는 대부분의 경우와 좀 더 깊은 친분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관계란 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 같아서 끊임없이 가꿔주지 않으면 상해서 못쓰게 되거나, 급기야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관계가 무너질 때는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균열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밀접할 때는 관계가 영원할 것 같다는 묘한 확신으로 이 말 저말 하고, 급기야 비밀들을 털어놓고 위안받고 이해받기를 원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다가 높아진 기대에 상처를 주는 아주 사소한 섭섭함, 오해, 실망이 쌓이면 가까웠던 만큼 미워하는 원수지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털어놓았던 이야기들이 누설될까 봐 걱정하고 불안하고 그러다 더 화가 나는 그런 상황도 생기곤 한다.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연결되길 바라는 것은 인간을 구성하는 강한 열망 중에 하나이고,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비밀들을 활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은 망가지는 관계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지켜볼 때마다, 인간관계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의 허망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주는 기쁨과 슬픔으로 인해 사람들은 또 관계 맺기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거 같기도 하다.
이렇게 관계가 원치 않게 깨지거나, 그냥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낡아 삭아버리는 거나, 아니면 스스로 더 이상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정리해야 할 때, 생각나는 수많은 말 중에는 미드를 보면서 들었던 대사가 기억난다. 어떤 미드였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고,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대사만큼은 확실히 뇌리에 박혀 있다.
‘Your secret is safe with me.’
‘당신의 비밀은 나와 함께 안전할 거야.’
드라마에서는 문자 그대로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의미였겠지만, 한편으로는 ‘비밀’은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공유되었던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만들어진 것, 지금은 유효하지 않지만, 그때는 참으로 의미 있었던 것들이 함부로 말 되어지고, 윤색되고, 왜곡되지 않도록 그렇게 가만히 거기 놔두겠다는, 상대방에게 하는 말임과 동시에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상대방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관계에서 얻어진 기쁨과 슬픔을 성찰할 수 있는 힘으로 성장한다. 손절했고, 손절당했어도 여전히 Your secret is safe with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