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문장_광풍제월光風霽月

by 검은 산

우스갯소리로 여럿이서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는 중간에 자리를 뜨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안주거리가 되어서 걱정으로 포장된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다!? 과연 그럴까!? 질투는 너무 흔하다. 그러나 강력하다.


살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칭찬을 하거나 사람의 훌륭한 점을 공정하게 인정해 주는 일은 질투만큼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인정욕구는 늘 동전의 양면처럼 사람을 괴롭게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도 하지만 왜 인정받고 이해받는 일에 사람들은 이토록 많은 에너지와 기회비용을 소모시켜 버리는 걸까?! 사람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제일 큰 이유는 외롭기 때문이 아닐까?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존재는 있어도 없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는 말이 있다. 마치 무협영화의 제목 같은 이 단어를 직접적으로 풀면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이라는 뜻이다. 청명하고 반짝거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셔도 될 것 같은 깨끗한 공기로 사위四圍가 가득 찬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말의 숨겨진 뜻은 '비가 갠 뒤의 바람과 달처럼, 마음결이 명쾌하고 집착이 없으며 시원하고 깨끗하다.'라는 의미로 북송北宋의 시인이자 서가書家인 황정견(黃庭堅, 1045 - 1105)이 주렴계(周濂溪, 1017-1073)를 존경하여 그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담아 쓴 글에서 비롯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 황정견의 멋진 이 형용形容은 후대의 중국, 한국, 일본에서 두루두루 영향을 미쳤고, 글 읽는 많은 자들이 스스로 광풍제월 하다고 자인自認하고 싶어 하거나, 은근히 광풍제월 하다고 평가받기를 바라 마지 않았다.


시인에게 이런 영감을 끌어낸 주렴계도 훌륭한 인물이겠지만,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심성을 자연에 빗대어 영원한 생명을 부여한 황정견의 그 마음이야말로 아름답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질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억지로 깎아내리고, 장점을 보려 하지 않고, 단점만을 부각해서 타인과 나누는 것은, 상대방의 의도를 왜곡해서 해석하고 그것을 옳다고 편을 만드는 일은 안타깝게도 자신에게 돌아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타인을 칭찬하고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은 제한된 자원에서 비롯한 바가 아니다. 무진장한 보물이다. 아니 오히려 늘어난다.


어렸을 때는 주렴계가 부러웠지만, 나이가 드니 황정견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 개인 어느 날 들이마시는 공기가 맑고 촉촉한 그런 날, 이게 바로 광풍제월이구나.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맑고 깨끗한 것이구나. 그런 생각에 미치면 광풍제월은 왠지 내 것이 된 듯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렇게 누군가를 가장 잘,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미지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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