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상鄭知常_송인送人
'회자정리 거자필반 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화엄경에 나오는 말로 뜻은 '만난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헤어짐도 분명定, 만남도 반드시必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연에 대해 미련을 버리라는 의미도, 인연의 무서움에 대한 경고도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수없이 만들어지고 흩어지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보내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되며, 때때로 둘 다가 되기도 한다. 살아낸 날들이 아무리 많아져도 이별은 쉽지가 않다. 술 마시며 울고불고, 친구들에게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하지 않는다 해도, 방법이 달라졌을 뿐, 고통을 덜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 시대의 문인 정지상의 <송인> 은 음미할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雨歇長堤草色多 비 그친 긴 둑에 풀빛 짙은데
送君南浦動悲歌 남포에서 그대 보내니 슬픈 노래 울리네
大洞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언제 마를까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푸른 물결에 이별의 눈물이 더해가는데
이 시는 다른 무엇보다 이별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로 대동강의 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인의 직관적인 표현이 읽은 이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시이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는 포구에서 친구를 송별하는 문인의 우아한 이별을 상상했었다. 긴 도포자락 휘날리며 정치적으로 탄압받아 지방으로 좌천되는 친구를 위로하며 금의환향하기를 바라는 모습을 생각했었다. 그러다 어떤 이별을 겪은 뒤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습한 눈빛을 상상했다가, 어떤 이별을 겪은 뒤에는, 눈물, 콧물 쏟으며 차마 보낼 수 없어 통곡하며 질척이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처럼 인연의 무서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이별 앞에 서서는,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은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조금은 기쁘기도 하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뜻대로 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인연이 모두 끝났을 때 눈물을 훔칠지라도, 잡은 옷자락을 놓아주고, 손을 흔들어 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