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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영 Oct 05. 2024

독감 예방접종 해야 할까

인플루엔자 바로 알기 


1) 독감의 역사 


“한 마을에서 어느 날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고열에 시달리며 몸을 벌벌 떨고 기침을 멈추지 않는 돌림병이 발생하였는데, 희한하게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2400여 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기록이다. 전염병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이것을 독감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고대, 중세에도 겨울철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돌림병이 많이 발생하였는데 점성술이 유행하던 16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이 질환을 별자리의 움직임이 주는 영향 때문이라 생각하여 ‘영향을 받다’라는 뜻을 가진 인플루엔자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점점 퍼져 나가 하나의 병명이 되었다. 


19세기말 독일의 미생물학자이며 세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서 인플루엔자가 별자리의 움직임 때문이 아니라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독감에 걸린 환자의 코와 인후 점막에서 다량의 세균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 세균을 원인으로 생각하여 이를 인플루엔자 균이라고 명명하였다. 이 균은 코와 인후 점막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 몸 상태가 나빠지면 깨어나 인후통, 중이염, 기관지염을 일으킨다고 주장하였다. 


인플루엔자가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은 1933년 영국 연구팀에 의해 판명되었다. 영국 국립의학 연구소의 윌슨 스미스와 크리스토퍼 앤듀르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환자의 인후점막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족제비과 동물인 페럿의 목에 묻혀 인위적으로 감염이 유발되는 것을 재현하였다. 이보다 앞서 1919년 파스퇴르 연구소의 일본인 연구인 야마우찌는 인플루엔자 균을 실험자의 목에 묻혔을 때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음을 밝혀 세균이 인플루엔자의 원인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인플루엔자는 세 번의 판데믹이 있었다. 첫 번째는 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다. 스페인 독감은 3차 유행이 있었다. 1918년 2차 유행 때 바이러스의 독성이 더 강하여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사망하였는데 대략 6억 명이 감염되었고 4천만 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19년 3차 유행부터는 사망자가 크게 감소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오년 독감, 서반아 독감이라고 불렸으며 조선총독부의 통계에 의하면 총인구 1,678만 3,510명 가운데 약 16.3%인 742만 2,113명이 감염되었고 그중 13만 9,128 명이 사망했다. 사망률은 전체 인구수 대비 0.83%이다. 스페인 독감의 세계 평균 사망률은 3~5%였지만, 동아시아 3국(한국, 중국, 일본)의 사망률은 모두 2% 미만이었다. 이것은 동아시아인이 유전적으로 바이러스에 내성이 다른 인종에 비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 판데믹의 사망률도 미국, 유럽보다 한국이 현저히 낮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때부터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마스크는 필터 기능이 없는 거즈나 면을 여러 겹으로 덧대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2차 유행 시기인 18년 11월 11일 샌프란시스코 보건당국은 마스크를 의무화를 주장했고 의회는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감염률과 사망률은 의무화하지 않은 도시와 별 차이가 없었다. 다른 도시와 차이가 난 것이라고는 담배사업이 치명타를 입은 것뿐이었다. 샌프란시코의 많은 의사들과 기독교인들이 마스크의 무용함을 알리고 인권과 자유를 위해 마스크 의무화 폐지를 요구하였으나, 사이비 광신도로 몰리는 일이 벌어졌다. 


스페인 독감의 가장 큰 피해국은 인도였다. 인도에서 사망자가 1천7백만 명이었으니 세계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거의 반에 육박한다. 인도가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은 가난, 굶주림, 공중위생의 부족, 인도를 통치하던 영국 정부와 방관 때문이었다. 


두 번째 판데믹은 아시아 독감(1957년)이다. 아시아 독감은 미국에서 7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1957년 2월 말에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첫 번째로 발견되었다. 1957년 6월에는 미국으로 퍼져서 1958년까지 유행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최소 1백만 명 이상 사망한 것은 추산된다. 아시아 독감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아형 H2N2로 인한 전염병이었다.


세 번째 판데믹은 홍콩 독감이다. 1968년에 처음으로 발생했으며 A형의 H3 N2 아형(A/H3N2형)에 의한 인플루엔자이다. 같은 해에 확산되어 1969년까지 계속되었다. 세계적으로 1백만 명 이상의 사망을 초래했다. 당시 사망률은 스페인 독감의 사망률 2%보다 낮은 0.37%로 추산되었다. 





출처http://cdcnewsletter.or.kr/201030



2) 독감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은 1945년, 포르말린으로 불활성화시킨 바이러스 전체를 항원으로 사용하는 전바이러스백신(whole virus vaccine)의 형태로 임상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 후 바이러스 외피(envelope)를 분쇄시킨 분할 백신(split vaccine), 인플루엔자 표면항원성분을 정제한 아단위 백신(subunit vaccine) 등으로 발전하여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1978년부터 독감백신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2가지 아형과 B형 바이러스의 1가지 항원이 포함된 3가 독감백신이 확립되어 사용돼 왔지만, 지난 10년간 접종된 백신주와 독감의 주된 유행주의 일치율이 약 50%에 지나지 않아 최근에는 B형 바이러스의 2가지 항원을 모두 포함한 4가 독감백신이 개발되어 사용하고 있다. 


특이점은 이 중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4가'만이 세포배양 기반 백신이며, GC녹십자ㆍ보령바이오파마ㆍ일양약품의 독감백신은 유정란 배양 방식이다. 


유정란 배양방식은 1950년 개발되어 지금까지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안전하지만, 배양과 검증 과정이 6개월이 걸리므로 그동안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 무용지물이 되며, 달걀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이 불가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세포배양 방식은 세포에 주입된 불활성화된 바이러스 조각만 순도 높게 정제 분리하기가 어려워 불순물이 섞일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치메로살은 수은 성분을 포함하는 유기 제제로서 광범위한 항균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백신이나 약품의 사용 중 세균성 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1930년대부터 사용해 왔다. 치메로살이 많으면 백신의 수율이 좋아지지만, 수은이 체내에 축적되어 신경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치메로살이 낮으면 백신이 세균에 오염되어 수율이 나빠진다. 백신 제조사들은 대량 공급을 위해서는 수율을 올려야 수지 타산이 맞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많은 종류의 백신을 맞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모든 종류의 백신에 치메로살이나 이와 비슷한 방부제가  함유돼 있기 때문에 수은의 축적은 불가피할 것이다. 치매노인, 자폐아가 많아지는 것은 백신이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리고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예상되는 바이러스 유행타입과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백신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2004년에서 20018년까지 백신의 바이러스의 예방 효과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대략 10에서 60% 정도이다. 평균으로 따지면 40%가 채 되지 않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2년 10일 발행한 주간보고서(MMWR)에 2021-2022 시즌 인플루엔자 백신 효과 추정치가 보고됐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양성 환자 중 백신 접종자 41%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래진료환경에서 백신의 경증 또는 중등도 인플루엔자 예방효과는 14%(95% CI = -17%~37%)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고대부터 현재까지 유행했던 독감의 역사와 독감 예방 백신에 대해 이모조모를 살펴보았다. 

2400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언급한 것처럼 독감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진다. 스페인 독감, 아시아 독감, 홍콩독감이 그랬으며 팬데믹으로 성장하지 않았지만 지역에 창궐하여 많은 생명을 앗아간 이태리 독감, 소련 독감, 멕시코 독감도 그랬다. 


감염될 만큼 감염되고 죽을 만큼 죽어야 사라진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은 면역이 생겨 재감염되지 않고,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점점 독성이 약해지는 쪽으로 변이를 일으키게 되어 때가 되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개입할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개입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 전염병의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이다. 


그러나 전염병 창궐 중이나 이후에 벌어졌던 전쟁, 물가 폭등, 불황, 경제난, 자유와 인권의 탄압, 과도한 방역과 잘못된 백신에 의한 질병과 죽음은 모두 인간의 책임이다. 우리는 전염병의 예방과 퇴치보다 인간이 저지르는 많은 실수와 탐욕을 더 경계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도 많고, 백신뿐 아니라 현대의학을 무작정 부정하는 분도 많다. 부디 필자의 글이 현대의학과 전염병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갖고, 접종을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https://www.bbc.com/korean/news-54657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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