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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Feb 28. 2024

목도 수목원

발길따라 흘러가다

산을 돌고 돌아 

어둠을 따라

찾아든 목도 수목원은

언젠가 예정된 둥지인 듯

원시의 고요함을 머금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희뿌연 형광등이 토하는 늙수그레한 불빛 아래

언제부턴가 그자리에서  겸허하게 서있던

벌거벗은 다양한 나무들은

큰 것은 큰 대로, 작은 것은 작은 대로

서로를 드러낸 채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처음  목도수목원의 모습은

마치 어떤 산짐승이 나올 것 같은

약간의 두려움이 솜털처럼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흙방으로 안내하던 주인장은  직접 만든 황토방을 자랑하고

 그 방은 어둠의 눈을 피해 날아든 방랑자에게는  새의 둥지같은 따뜻함을 선사하였습니다.


그녀 황토방의 냄새를 씨실로 어둠의 시간를 날실로 삼아

자유의 꿈을 하나씩하나씩 직조합니다.

어느새

황토방에 나의 영혼과 육신을 무장 해제한 채

산속의 적막이 옛 자장가되어

시나브로 고요한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시원을 모른 채 피어올라

내면의 고갈된 밭에서

눈치밥으로 허우적대며

마치 서얼처럼 마구 자라난 동경들이

칠흑의 밤하늘에서 별빛 찾는 방랑자처럼

요람의 아늑함에 젖어 가볍게 노래합니다.


얼마나 잤을까?

경쾌한 새의 청량한 노래 소리가

귓가에 울려 눈을 떴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입니다.


산으로 둘러쌓인

자연이 빚은 듯한

수목원의 고요한 아침에는

실비가 내려서

잘 생긴 나무들과  예쁜 풀들이

아침 세수를 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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