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나뭇잎을 스치는
살랑이는 바람결처럼
저에게 오십니다.
그대는
호수를 스치는
잔잔한 바람 되어
찰나에 머물며
솜결 같은 숨결로 속삭입니다.
그대
가녀린 손길로
떨리듯 얼굴을 간지럽히고
가늠할 수 없는 호수의 질량을
넉넉한 가슴으로 감싸주는
은은한 달빛으로 오십니다.
그대 오시고
보름이 넘어 지나면
호수는 점점 어두워집니다.
그러면,
달빛 사라진 호수는
칠흑의 적막과 야합합니다.
호수는 달빛이 비쳐주던
그 전설의 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다음 달빛이 비칠 때까지
기다리는 멍에를 마다 하지 않고
다시 올 그대를 흔쾌히 기다립니다.
그대여
언제든 호수의 달빛처럼
그렇게 오십시오.
호수의 잔파랑 일지 않는
빈곤한 바람결이더라도
다붓다붓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