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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Mar 22. 2024

여자 밝힌 호색승의 종말

오늘은 파계승의 양상인 호색승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한국정신문화대계>>에는 승려와 색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많이 채록되어 있는데 호색승의 상대역으로는 과부, 처녀, 유부녀, 승려 심지어는 동물까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먼저 과부와의 이야기는 7편입니다. <주막 과부를 범한 중의 시문>에서처럼 중이 주막을 드나들다가 과부를 보고 아이를 낳은 것이라든지   < 과부 좋아하던 중의 망신>에서는 과부가 동네 노파와 공모하여 중을 곯려 주는 이야기 등이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대표적인 예화를 보겠습니다.

서사 단락은 편의상 구분하였습니다.


① 어떤 부인이 무남독녀를 키우면서 유복한 사위를 보기를 원하였다.

② 하루는 중이 동냥을 와서 시주를 많이 하자 중이 소원을 물었다.

③ 부인이 말하기를 평안감사 사위를 보는 것이라 하니 중은 부처님께 축원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④ 부인은 평안감사 사위를 보게 해 달라고 절에 가서 기도를 하였다.

⑤ 그 절 주지는 부처님 뒤에서 “평안 감사의 사위를 보면 딸을 호식해 가니 이 고을 주지를 사위로 삼아라.”

⑥ 부인이 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목욕재계하고 다시 가기로 하는데 같은 말을 하였다.

⑦ 부인은 할 수 없이 궤짝에 처녀를 넣어 가져가는 도중에 평안 감사의 행차 소리가 나자 궤짝을 그대로 두고 산 뒤편에 가서 숨었다.

⑧궤짝에 서기가 서리자 감사가 가던 길을 멈추고 들여다보니 처녀가 궤 안에 있어서 데리고 갔다.

⑨ 그때 산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내려와 궤 속에 들어갔는데 중은 처녀가 든 궤짝인 줄 알고 지고 갔다.

⑩ 중은 자기 방 아랫목에 갖다 놓고 상좌에게 방에 얼씬 하지 말 것과 소리가 나도 문을 열지 말라고 하였다.

⑪ 중이 궤 문을 열자마자 호랑이가 뛰쳐나와 중을 잡아 먹어버렸다.

⑫ 이튿날 아침이 되어도 중이 나오지 않아서 상좌가 문을 열어보니 호랑이가 뛰어나왔다.



 이 이야기는 호색승의 종말 즉 말로를 그리고 있습니다. 승려로서 신분을 망각하고 남의 외동딸을 부처님을 이름을 빌어 사취하려는 승려의 욕심은 마침내 호랑이 먹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과보의 모습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의 멀쩡한 처녀를 호식할 팔자라고 속이고 자신이 남편감이라 한  그 거짓의 업을 지음으로써 결국 자신이 호식당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향유자를 통해 교훈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어머니의 부처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를 부처님이 받아들여 평양 감사의 아내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인간의 절실한 소망을 이루어 주는 부처님을 모습을 통해 진정한 기도가 무엇인지를 시사해 주고 있는 우리네 아름다운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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