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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Mar 15. 2024

술, 개고기 먹은 승려

승려 설화 중 파계승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파계승이란 수계한 승려가 그 수계를 어기고 깬 것을  말하며 승려의 신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승려에  설화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파계는 원효대사도 서산대사도 하였지만 여기서 이야기 언급 하는 것은 민중이 인식하고 있는  도덕률에 벗어났다고 생각되는 승려의 이야기를 파계승형이라 칭하였습니다.


파계의 양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국정신문화대계>> 를 기저로 조사하여 살펴보면 호음 호식, 호색 그리고 살인하는 것으로 파계의 양상이 보입니다.


<<해동고승전>>을 찬한 각훈의 호가 ‘고양취발 (高揚醉髮)'인데  이 역시 술 마시는 중이란 의미인 것으로 볼 때, 승려들이 금기된 술을 더러 마신 것으로 문헌에 드러나 있습니다.


 이처럼 승려 설화에는 불가에서 금기하고 있는 술은 먹은 승려가 제법 등장합니다. 예컨대 술에 취한 승려가 길을 잃고 눈 속을 헤매었다는 이야기이든지, 술을 곡차라고 하여 마신 진묵대사 이야기라든지,  장날 아침에 외상으로 술을 먹고  술값을 지불하지 않아 태고를 당하는 승려 이야기 등은 호음한 대표적인 이야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호식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는  개고기에 관한 일화가 많습니다.


 다음 예화를 보면,


① 어떤 중이 장날에 와서 개다리 하나를 팔라고 하였다.

② 주인 여자가 “중도 개고기를 먹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중이 대답하기를 절 밖에 나와서는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고 하였다.

③ 주인 여자가 개다리 하나를 주면서 가격을 말해 주었다.

④ 중이 개다리를 다 먹고 돈을 내지 않자, 주인 여자가 돈을 달라고 요구하였다.

 ⑤  중이 말하기를 “ 내가 중인데 개고기를 먹느냐?‘ 고 시치미를 떼며 주인 여자를 정신없는 여자로 취급하였다. 여자가 분하여 관원을 찾아가서 고발을 하였다.

⑥ 중이 자기 뱃속에는 개고기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니 관원이 똥자리를 물에 다 씻어서 먹이니 안 먹었다는 개고기가 나왔다.


이 이야기는 <<한국정신문화 대계>>, <중과 개고기> 편에 수록된 작품을 편의상 서사 구분한 것입니다.

위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인도 해서는 안될 일을 승려된 자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⑤에서 돈을 달라는 여자에게 " 중인데 개고기를 어찌 먹느냐며 딴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 주장에서 주인 여자가 억지를 쓴 것처럼 느끼게 되는데 이런 해학은 일상을 뒤집는 기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이면적 언술에는 아주 기발한 해학적인 일변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⑤ ⑥은 승려의 사회적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며, 관원은 승려의 똥, 분비물을 받아 확인함으로써 고기를 먹은 것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탄받아야 하는 행동과 그 문제 해결을 하는 관원 역시 비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기지가 돋보입니다.


다음을 보면,

 "생물의 고기라 할지라도 이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 고기를 먹게 되면 자비심을 일으키게 하는 근본적인 씨앗을 없앤다.

생물의 고기라 할지라도 이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 고기를 먹게 되면 자비심을 일으키게 하는 근본적인 씨앗을 없앤다.

그로부터 모든 중생이 멀리 사라진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은 고기를 먹지 말라. 고기를 먹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죄를 한없이 받게 된다. 만약 굳이 먹게 된다면 경구죄를 범하게 되리라."

김무조, 신라불교설화의 원형, ( 146)


이처럼 불가에서는 직접 생명을 죽이는 것이 살생이 아니라 먹음으로써 살생에 이른다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과 개고기의 설화로는 진묵대사가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묵대사와 도술>에서는 승려가 스스로 술을 달라고 하여 술 한 동이와 고기를 먹은 후에 도술을 부려서 그것을 도로 내어 놓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설화는 진묵 대사가 부처의 아들로서 신통한 불가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정적인 파계승의 이미지가 민중의 입에 구전되어 내려오는 것은 파계의 주된 원인이  술을 좋아하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본인의 의지력의 결핍에는 수행자도 예외일 수 없다는 민중들의 관점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자로서 수계를 파괴하는 것은 승려도 잘못을 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이러한 관점은 승려들도 민중들 자신들만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내재된 것이며 불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통해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중시하던 당시의 시대적 사고관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반려견 인구가 증가되는 현재에 개고기를 즐겨 먹던 승려담은 한갓 우리의  묵은 이야기로 치부하기는 아닌 듯합니다.  

 술, 개고기뿐이겠습니까? 현대 사회에 술, 개고기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많은 것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특정 자리에 있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여 지탄을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런 지도자가 많은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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