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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Mar 08. 2024

경청의 태도는 무학이 최고



조선시대 유명한 승려인 무학 도사에 관한 일화를 소개합니다.

<<한국정신문화대계>>에 구술 채록된  작품을  편의상  서사 단락으로 나누어 읽어 봅니다.


 무학대사가 한양터를 잡아서 대궐을 지으면 자꾸 헐렸다.
 무학이 죽으려 하였다.
□ 허연 영감이 암소 꼬부랑이를 가지고 논을 갈면서
소를 보고 무학이처럼 멍청한 놈이라고 욕을 하였다.
 백대기(하얀 가죽신)를 신고 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하였다.
 학의  등에 무거운 짐을 실었으니 날개를 치면 쏟아진다고 일러주었다.
 삼각산으로 죽으러 가지 말고 성부터 쌓으라고 일러주었다.



이 일화는  천문 지리에 능한 무학 대사가  대궐을 짓기 위하여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무너지는 것에

좌절하여 그 일을  포기하고  죽기를 결행합니다. 무학대사가 죽으려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듣게 된 농부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무학도사는 조선 개국을 예언하여 이성계의 왕사로 활약한 승려이며 풍수지리에 능하여 조선 도읍지를 정하려고 애쓴 인물입니다.


전국을 돌아 다니며  적당한 도읍지를 찾다가 먼저 계룡산을 선정했습니다만, 크기면에서 작을 듯하여 다시 북쪽으로 올라와서   한강을 건너 곳이 마음에 들었고  그곳이 한양(서울)이었습니다.


이곳이 나라가 건승할 기운이 보여 여기를 궁궐터로 잡습니다. 그런데 궁궐을  짓는 중에 자꾸 공사가 실패 되는 고전을 겪게 됩니다.

 

밭을 갈던 농부가 자신의 소에게 "미련한 무학이 같은 놈!"이라 욕하는 소리를 듣고 무학은 머리 대  얻어 맞은 듯하였으나 자기의  자세를 낮추어 농부의 고견을

경청하게 됩니다.


 농부가 소를 빗대어 "무학이처럼 미련하다" 한 것은 좋은 땅을 두고 다른 데에다 짓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질책이었습니다.

농부의 말대로 서북 10리를 더 가서 지은 곳이 지금의 경복궁터입니다. 10리를 더 가란 의미에서 '왕십리'란 어휘가 탄생한 것입니다.

 

 당대에 이름난 도승인 무학대사를 나무란 농부는
미천하고 열등한 위치에 있는 존재이지만  서사에서는  신분 계층이 있던 현실과는 달리  무학은 농부보다 모르는 꼴로 그려져 있고 농부의 조언을 받는 것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때 소를 몰던 '허연 영감'은 삼각산(현재 북한산) 산신령으로서 무학대사가 한계에 부딪쳤을 때에 조력자로 등장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목표를 실현하도록 인도하는 인물, 문제해결자의 역할을

하는 신적 존재의 현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숨어 있던 이야기, 어쩌면 보잘것없는 이야기라 볼 수 있는 것에서 우리가  찾을 보물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봅니다.

재능이 있더라도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 하지 못하고 실패의 국면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흔히 포기와 절망을 맛봅니다. 그리고깊은 열정으로 긴 시간 노력 했는데도 그 결말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인간의 나약함을 발견하고 슬퍼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일에  진정으로 최선을 다 했다면 내가 이룰 순 없다 할지라도 내 쏟은 열정의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궁극에는  나에게  환원된다는 자기 긍정의 힘의 위력을  믿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무학 자신이 당대의 지식인이라 자기 잘난 맛에

자만심으로  농부의 말을 무시했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탄생되었겠지요.


한편으로 나보다 학벌이나  연령이나 능력이나 소유한 것이 못하다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고  

간과한 적은 없었는지 성찰해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도읍지 선정은 한 지식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농부 즉 힘은 없지만  민중들의 지혜가

나라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몫을 한다는 것도 놓쳐선 안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작은 이야기가 품은 보물을 캐고 또 캐내 보면서

탐색하고 생각하는 지혜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문학의 감상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니까요.


무학대사 관련설화는 윤색되고 변형되어 존재하나

여기서는<< 한국정신문화 대계>>를 기저로 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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