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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Mar 01. 2024

신돈의 욕망 처리

오늘은 설화 중에서 요승형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요승형이란 고승형에 대립하는 승려로서 수행자의 신분을 이용하여 사회적 역기능을 함으로써 민중들에게 부정적인 관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승려를 지칭합니다.(이 개념은 필자가 학위 논문에서 개념 정리를 하였음을 밝힙니다.)


요승형의 설화에 해당하는 대표적 인물로는 신돈(- 1371)을 들 수 있습니다.  신돈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구비문학대계』를 조사해 보면 총 8편이 보이는데 여기서는 <신돈과 불개>를 예화로 들겠습니다.


서사 단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어떤 집안에 올케는 아들을 낳고 잘 살고, 시누이는 아들을 못 낳았다.

② 시누이가 생각하니 올케가 불공을 드려서 아들을 낳은 것 같지 않았다.

③ 올케는 시누이에게 불공을 드릴 때에는 속옷은 명주로 하고, 단추는 열두 개로 하라고 일러 주었다.

④ 신돈은 불공을 드리는 도중 여자를 겁탈하였는데 시누이에게는 단추가 많아서 비행을 하지 못 하였다.

⑤ 신돈의 비행이 소문이 나자 나라에서 현상금이 붙였다.

⑥ 누나집으로 피신한 신돈은 누나에게 자기를 신고하여 현상금을 받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누나에게 선물을 하나 주고 떠났다.

⑦ 선물로 주고 간 그 물건이 변하여 불가사리가 되어 온 나라의 쇠를 다 먹어 치우고 불바다가 되었다.

⑧ 신돈을 잡으라는 현상 수배를 해제하자, 비로소 불가사리가 진압되었다.



 위의 서사 단락에 나타난 것처럼 신돈이 거처하고 있는 절은 “불공을 잘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라고 하는 소문이 퍼지자, 불공을 드리러 오는 여인이 많아집니다. 신돈은 이를 악용하여 비행을 저지른 후 그 행동이 들통이 나서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누나 집으로 피신하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도술을 부려서 쇠를 먹는 불가사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동네를 비롯하여 온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어 혼란에 빠뜨립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일에 대적하거나 해결하지 못하 왕이 신돈의 현상 수배를 해제하자, 나라의 혼란이 없어지고 원래의 상태로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단락 ④에 나타난 것처럼 신돈이 부녀자를 겁탈한 것은 승려로서 가장 치명적인 부정행위를 저지른 요승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또한 이야기에는 고려조를 멸망시킨 승려임을 각인 하기 위하여 불가사리를 만들어서 나라를 멸망하게 하려는 승려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고려 말엽의 승려 신돈은 본래 산간벽지인 현재의 창녕(경상남도)에 소재하는  화왕산의 옥천사 사비 즉 여종의 아들이란 미천한 신분으로 출생하였습니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 된 것이 없고 사찰 여종의 아들이란 환경이 아마도 그를 중이 되게 하였던 것으로 추측 가능합니다.  


 하지만 승려이긴 해도 승려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공민왕에게 발탁 됩니다.

 그 이유는 공민왕이 꿈에 칼을 들고 나타난 승려가 있었는데  나중에  그 꿈속 승려가 곧 신돈이란 것을 공민왕이 알고 전격  영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민왕이 노국 공주를 잃은 후 외로움을 느끼며 힘들 때 신돈에게 위안을 받고 급기야 왕의 사부가 되는 위치에 급부상 됨으로써 정치의 핵심적 활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왕의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방탕과 음란을 일삼고 풍수설로 왕을 유혹하여 서경 천도를 꿈꾸는 역모를 꾀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소유한 권력과 금력을 이용하여 백마경을 먹어가며 정력을 길러 사대부의 처첩까지 사통 하며 사치와 횡포를 일삼고 호색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송사를 조작하기도 하는 악행을 하기도 합니다.



고려 후기 불교의 속화는 유부녀와 사통 하는 승려가 나타나면서 색을 탐하는 호색승들이 등장하게 되고 이것이 민중의 이야기 속에 스며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돈에게서 불교가 속화되고 부패되었다고 보고 신돈의 이러한 기질은 조선에도 승계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설화의 표면적 언술은 신돈이 요승이며 나라를 망친 승려이나 이면적 언술은 그가 고려조를 부흥하기 위해 노력했던 고려 말의 위대한 승려임을 짐작 가능하게 합니다.


신돈을 요승으로 인지하는 것은 고려 왕조를 부정하고 조선 왕조의 건국을 합리화하려는 시각으로 볼 수 있으며, 불교 중흥을 닦는 승려들을 가리켜 유학자들은 “벼의 줄기와 뿌리를 깎아 먹는 벌레”라고 표현하며  요승으로 매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승려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승려 설화에도 더러 반영되고 있으며 바로 요승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요승형은 고승형에 필적할 만한 능력을 지녔 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욕망을 분출시키는 유형과 사회나 국가적 차원에서 나쁜 일을 도모하는 승려에 대한 이야기로 도술이나 지위를 이용 하여 국가 기강을 혼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교란시키는 사악한 승려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민중들의 진솔한 생각과 정서가 드러난 작은 이야기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합니다.


종교인의 위치든지 지도자의 위치든지 바른 삶을 살지 않고 그 지위나 권력 그리고 재력을 이용하여 성폭행을 비롯한 인면수심의 사건들이 자행되는 것을 듣고 보면서 우리는 혼란스럽습니다.


감각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개인의 욕망을 챙기는 것은 소인의 몫이고 개인의 욕망을 초월한 때묻지 않는 본디 마음을 지키는 자를 대인이라 한다면, 여러분은 어디에 속하며,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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