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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Mar 29. 2024

혀 짧은 대사

이 이야기는 승려와 유부녀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는 <<한국정신문화대계>>에 나타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람피우다 뒤주에 갇힌 스님>의 서사 단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떤 사람이 조실부모하고 성취하였다

(2) 그 부인도 길쌈과 밭매기에 서툴러 매일 굶었다.

(3) 어느 날 여자가 혼자 있을 때 혀 짧은 대사가 보리 동냥을 왔다.

(4) 남편과 정을 못 통한 여자는 대사와 저녁 동냥을 약속하였다.

(5) 남편은 아내의 안색이 다름을 눈치채고 집을 나가는 척하고 마루 밑에 숨어 있었다.

(6) 날이 어두워지자 대사가 와서 자기 부인을 희롱하는 것을 본 남편은 대사를 골탕 먹이기로 마음 먹었다.

(7) 대사를 뒤주에 넣어서 절에 가져가 집 한 채 값을 받고 그곳을 떠나 살았다.



 이 이야기는 승려와 유부녀의 관계를 언급한 내용입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결혼을 한 남성이 주 캐릭터입니다. 그의  아내는 일이 서툴어 노동을 해도 끼니를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하다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설정은 아마 그 당시 민중들의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남편과의 사랑을 하지 못한 여자는 장애가 있는, 즉 결핍 요소를 지닌 승려와 저녁 동냥을 약속합니다. 

 남편은 이를 기회로 삼아 대사를 골탕 먹이고 마침내 집 한 채 값을 횡재한 후 그곳을 떠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사는 "혀 짧은 대사'로 신체적 장애의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적 본능에 집착하여 경제적 손실과 함께 궤짝에 갇혀서 혼이 나는 승려의 이야기입니다.  

이에 등장하는 대사의 신체적 특이성을 주목할 수 있습니다. 대사의  가 짧으니까 발음한  '보리 동냥'은 '보o 동냥'으로 이해하여 통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리얼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유부녀와의 심각한 간통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 내고 있습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부부의 사랑에 목마른 여성이 저녁 동냥을 약속하는 것과 대사의 욕망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호재로 삼아 집 한 채를 한몫 잡는 남편의 모습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설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호색승에다가  어리석은 우승형의 모티브까지 첨가하고 있는 인물로 설정되어 이런 이야기를 향유한 그 당시의 민중들의 의식이 반영된 설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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