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걸음 하신 선생님께 저녁 대접을 받았습니다.
오신단 말씀 듣고 봄날 들녘의 아지랑이 피어오르듯이
만남에의 기대감으로 충만하던 오후 기다림의 시간은
선암사 찻집의 맑고 투명한 유리잔 속의
빛깔 고운 오미자차 속에 녹았습니다.
저녁 2시간 남짓 오랜 벗들을 만나 같이 나누던 정담 속에서 이순을 넘긴 분들의 삶의 지혜와
삶의 자락에서 묻어 나온 파편들이 구를 때는
맘 아프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막차의 구속에 쫓기듯 소도시로 귀가하기 위해 터미널을 향해 운전하여 배웅할 때는 왜 그리 가슴이 허전하던지요.
가신 후에 혼자 그대로 겨울 바다를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대교를 바라보았지만 보슬비 내리는 겨울 밤바다의 파도도 시원하질 않았습니다.
오실 때 가져온 마음 가실 때 두고 가시란 말씀
차마 못 드리고 그 옛날의 처음 그 마음처럼
마음 동여매지 못하였습니다.
선생님 앞에선 늘 10대인가 봅니다.
스타벅스의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로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부끄러움입니다.
스타를 덕질하는 사람들처럼 선생님 향한 덕질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저물어 가는 해를 붙잡을 순 없지만 선생님께선 쉬엄쉬엄 늙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