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철도 상행선 11시.
힘에 부칠 만큼 채소 상자를 잔뜩 안고 탑승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밀양역에서 부랴부랴 올라 탄 또래로 보이는 여인은 줄곧 종착역까지 봉지 가득히 준비해 온 과자를 무엇에 쫓기듯이 끊임없이 먹어댔습니다.
옆에서 시부적거리는 바람에 신경은 좀 곤두섰습니다만 그 여인은 불안한 시선으로 힐끔 눈치 보듯이 한번 쳐다보곤 다시 먹기를 계속했습니다.
조용한 나만의 여행을 위해 자가용을 두고 열차를 선택했는데 '순간'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시종일관 먹으면서 전화질입니다.
동네의 아주머니에게 큰 소리로 하는 듯하더니 이내 동생들하고 하더니, 잇달아 서울에 사는 아들 며느리에게 마중 나올 것을 은근히 강요하며 열차 안에서 휴대폰 통화 소리와 무람없던 모습 속에서 기대했던 기차 여행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곧 어딘지 모를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이 여인의 산만한 행태 속에서 다를 바 없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다른 유형의 산만함으로 살아가고 있는 투영된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다른 날보다 더 부산했고 약간 들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아침을 먹은 후 뒷정리를 하고 세탁물을 분류하여 드럼 세탁기에 넣고 전원을 켰습니다. 열심히 세탁기가 돌고 있는 동안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몸놀림이 가벼웠습니다.
화장대 거울 앞에 서서 ‘간편한 복장을 할까? 정장을 할까? ’ 행복한 고민을 하는 수연은 자신을 발견하고 놀랍니다.
어느 순간 옆에 나타나 ‘정장을 입지’ ‘정장이 잘 어울리잖소 ‘ 하는 남편의 칼날 같은 소리가 귀에 박히는 순간 사유의 자유로움은 소멸되어 버렸습니다.
기차 칸에서 도시락을 가족끼리 먹으며 담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족끼리의 열차 여행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딸들과 열차 여행을 연상해 봅니다.
그리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자유가 허락된다면 열차 여행을 따라 전국을 돌며 우리나라 땅을 밟아 보며 많은 경험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쯤 가능할지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