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타는 건가?
아주 오래전에 만난
선우가 생각나는지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저무는 가을
오늘따라 생각이 난다.
대학 1학년 저물 무렵
우리는 고려당 제과점에서
두 번째 만났다.
수연은 검정 버버리 코트를 입은 채
출입구를 향해 들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
테니스 치고 온 그의 모습을
얼굴을 부끄러워 쳐다보지 못하고
헤어진 뒤
애프터 신청을 받았지.
두 번째 만남을 약속해 놓고
그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얼굴을 모른다고 할 수 없어서
그냥 나갔다.
약속시간이 20분 정도 흘렀다.
바람맞은 건가?
출입구 문이 열릴 때마다
눈은 출입구를 향했지만
그인 듯한 사람은 아니었다.
10분 더 기다렸다.
제과점 안은
저무는 한 해를 같이 보내려는
연인들이 쌍쌍이 앉아 있었고
자리는 거의 메워졌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혼자 앉아 있는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혹시 저 사람인가?'
시계는 40분을 흘러 보내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를 가서
이름을 말하며 찾을 사람을 광고했다.
안내 방송이 나가자
아까부터 혼자 앉아 있던
그 사람이 일어섰다.
수연은 그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