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뜨락 4

전학과 아버지 감시

by 애이미

인아는 공일 (그때는 일요일을 공일, 토요일을 반공일이라 함)에 아버지를 따라가야 한다고 인아 엄마가 점심을 먹으면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두 분이 무슨 일인지 싸우시더니 그 싸움의 결과는 인아에게로 옮겨온 것 같았다.

인아는 두 분 사이에서 이유를 물을 수가 없었다. 그냥 인아는 엄마의 말대로 책가방을 싸고 아버지 손을 잡고 서너 시 무렵 집을 나왔다. 아버지는 인아를 안아서 자전거 뒤에 앉히고 자전거를 운전하여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를 향해 달려갔다.

오후의 해는 뉘엿뉘엿 게으르게 지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맛이란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자전거는 덜커덩 거리며 묘하게 넘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뛰는 느낌일 때는 엉덩이가 아팠지만 넘어지지 않고 가는 아버지의 자전거 운전 실력은 최고라고 생각했다. 어두워진 논밭을 끼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아버지의 등은 평화롭고 든든했다.

인아는 자신이 전학을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엄마와 아버지 두 사람의 대화에서 주워 온 것들을 바탕으로 이유를 찾아 보아도 인아 자신에게는 전학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아가 아버지 학교로 전학을 간 이유는 인아가 맏이라서 " 아버지가 술을 못 마시게 감시하라."는 것이었다.

인아는 감시라는 단어는 나쁜 것 같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는 특명을 인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부여한 것이다.

아버지는 남을 좋아하고 남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이라서, 즉 시쳇말로 퍼주는 사람이며 애주가라서 경제관념이 없는 것이 인아 엄마의 큰 불만이었다.

초등 1학년 전학을 한 것은 여름 무렵이었다. 학교 생활에 대한 기억은 나지 않고 수업을 마치고 아버지와 선생님들의 모임 장소에 늘 같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술자리를 하시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는 당시의 시사와 후진 교육의 문제와 현재 교육의 문제점과 정부에서 지원되는 학교 예산에 대한 관리자들의 부정 사용 행동에 대해 정의가 아니라고 여기시어 바로 잡아야 한다는 분이셨다. 그리고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조직부장을 하던 일도 있어서 동료들 사이의 의 신임이 돈독하였다. 게다가 공짜 술이나 밥을 아버지가 다 사시니 다른 사람들은 와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 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음 날도 그렇게 계속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늘 학교 근처 식당에서는 아버지가 지불하고 책임지는 술자리가 마련되었는데 그때는 대부분의 선생들이 그랬던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교무실에 있다가 아버지를 비롯한 선생님들의 모임에 따라 가면 마칠 때까지 어른들의 틈에 끼여 이런저런 세상사 이야기를 귀동냥했고, 어른들 틈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아를 대접하여 난생 처음 보는 거위알과 오리알을 삶아 와서 먹어라고 권하기도 하며 칙사 대접을 하는 듯이 예우해 주었다.

그 마을에서, 그 집에서 귀한 음식을 내어 와서 인아를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이었다.

이는 모두 인아 아버지가 뿌려 놓은 인심이었다. 모두가 살기 어려웠던 궁핍한 시기여서 아버지의 공짜술을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그들의 집에 먹을 것이 없으면 아버지에게 와서 해결해 가곤 하였으니 인기가 없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대쪽 같은 성격에 타고난 정의감은 부정적인 현실에 앞 뒤 안 가리니 인아 엄마는 늘 “화롯가에 아이 놓아둔 격”이란 말로써 표현하곤 했다. 한 때는 용공 분자로 내몰려 학교까지 그만둔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인아는 엄마를 통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인아는 눈꺼풀이 무거워져 잠이 드려고 하면 아버지는 술 냄새가 풍기는 얼굴로 인아의 뺨을 비비며 ‘우리 큰 애가 최고다’며 인아를 옆에서 지켜 주었고, 인아도 이런 다정한 아버지를 감독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이 아니라 아버지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흘러 1학년이 끝날 무렵 인아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또 다시 전학을 가야 했다. 아버지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엄마가 근무하는 대로 옮겨야 했다.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때 아버지는 오지 중의 오지인 고성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삼삼 면인가 하는 곳으로 발령이 났던 것이다.

학교 관리자의 부정적인 행각에 입바른 소리를 잘했던 아버지는 멀리 내쳐진 것이라 어른들은 이야기했고 인아 집에 선생님들이 와서 아버지를 격려하고 걱정하며 응원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아는 다시 엄마 학교로 전학을 하였다.

전학 간 문 0 초등학교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반장으로 선출되지 못하였다. 인아는 반장 선거에 나가고 싶었지만 담임선생은 “반장은 남자가 되어야 된다.”라고 말하여 미리 여자 아이들이 나오지 못하게 못을 박았다. 남자라는 이유로 반장이 된 조 00은 인아가 생각하기엔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나은 게 없었는데 남자라고 좃0형이 반장이 되었다. 인아의 초등 1학년은 이렇게 여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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