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산으로 이름난
백운산으로 갔습니다.
기염을 뿌리는 한여름의 동강은
단종의 애절함이 투영되어
무섭도록 시퍼렇게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한 쪽은 동강 절벽이 깍아지르고
또 한 쪽은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을 만치
인색한 가파른 능선이 있는
비수같은 자갈밭의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되돌아 갈까 생각하다
온 길이 못내 아쉬워
따라 나선 자신을 거듭
도리질하게 하는
길이 계속되었습니다.
나아갈수록
조금 앞선 사람의 끝자락이
마치 정수리 위에 있는 듯한
착각이 혼란으로 바뀌고
이내 급경사가 펼쳐집니다.
오랜 세월
질기게 버텨온
깊은 상흔을 안은
널부러진 날카로운 돌이
무심히 인사하였습니다.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동강의 품은
풍만한 여인네의 가슴처럼
푸른 손짓으로
인내를 유혹하였습니다.
산능성이를 오르내리며
지친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습니다.
그때
발 밑의 바늘 같은 돌하나에도
싱싱한 풀 한포기에도
청정한 계곡물에도
무심한
한 그림자가
가볍게 어김없이 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