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체국에서
너를 떠나보낸다.
다칠세라 놀랄세라
뽁뽁이로 꽁꽁 동여매어
숨도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는다.
사랑의 허명으로 위장하고
보호의 명분으로 포장하여
자유도 박탈한 채
너를 떠나보낸다.
너는
어느 나라 장인의 손에서 태어나
하얀 피부에
씨실과 날실로 교차되고
정교히 짜내려 간
영혼과 시간의 결합체.
금색 줄로 마감된
탁월한 아름다움은
런웨이의 당당함으로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품은 너였지.
누구는 몇 달 급여를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샤넬도
아무 나 소유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주홍빛 에르메스와도
견줄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너였지.
하지만
이젠 이별할 때
너를 더 고귀하게
아침저녁으로
빛내 줄 이에게
낯선 도시로
너를 떠나보낸다.
만남이 이별을 잉태하고 있듯이
이별 또한 새 사랑을 이루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