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날은 내 맘대로

by 애이미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다.

오늘은 왜 이리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은가?


생각해 보니 시댁도 친정도 안 가고 오롯이 내 가족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족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결혼 후는 인위적으로 형성된 누구의 며느리

란 무게지운 짐을 그 아무도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덜어줄 마음조차도 아예 없는

몰염치한 사람들 위주로 생활하다 보니 명절마다 그 증후군에 시달리면서도 내색 않고 지내다 보니 심장병도 생기고 정신건강이 말이 아니었는데,


이 모든 것을 놔 버리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생각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나는 변하기로 했다.


여태껏 해 온 대로 하기 싫었고, 경우 없는 그들의 반복된 행위와 그 심보들에 이제는 내가 뿔이 났기 때문이다.


시가나 친정 명절마다 백 만원씩 총 이 백만원 이상의 경비가 출혈되어도 고맙다는 말은 고사하고 당연의식에 사로 잡혀서 응당 나는 그렇게 하는 사람임에 불과 했다,

돈 버는 며느리가 무슨 봉도 아니고 말이다.


현대백화점 최고급 한우에 과일에다가 직장 마치고

구입해 간 재료로 음식을 정신없이 만들면 자정이 된다. 그때도 못 잔다. 그 시간부터 둘러앉아

시시콜콜한 저잣거리 한담을 새벽 두세 시까지 들어야 하고, 다음날 새벽 4시쯤 피곤하여 자는 나의 머리맡에 와서 딸각딸각거리며 잠을 방해한다.

그렇다고 어른에게 뭐라 할 수도 없고 ᆢ


설날 아침 8 시 차례상을 차리고 며느리는 일하러 온 사람이란 강한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설날 아침부터 내내 뒤치다꺼리 하고도 친정에는 가지 못하게 의도적으로 일을 만든다.

결국 시집간 시누이들이 다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밥상 차리고 뒤처리 하고 가라는 시어머니의 무한한 욕심과 그 심보!

자기딸은 기다리면서 남의 딸 안보내는것은 무슨 심보인지

그래도 남편 얼굴 보고 참았다. 대한민국 여자이니 참아야 하나?


그러다가 우리가 출근해야 해서 아이들 챙겨 떠나올 때면 새삼 궁상 맞게 앉아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시추에이션은 정말 짜증 난다.

이 모습을 보면 효자 남편은 어머니 향한 측은지심으로 사물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 멀어지고 새해 출발부터 우리는 서로 마음을 닫고 상처를 받곤 했다.


생각도 없고 여력도 없었는데 긴 시간 많이 잘 참아 왔다. 한 번도 대꾸도 안 했더니 나를 바보로 여겼을 테지.


난 이제 인내의 옷을 벗기로 했다. 올해 설날은 딸들과 오붓하게 지내기로 선언했다.

이제야 내 집의 명절이 시작된 것이다.

딸과 함께 장을 보고 우리가 차릴 소박한 차례상에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웃으면서 재미있게 하고

오붓하게 가족 게임도 하고ᆢ


아무에게도 구애받지 않은 명절증후군 없는 설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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