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나는 맑음
런던에 와있다.
일주일간 머무르다 파리로 간다. 로마와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며 들었던 마음과는 또 다른 마음이다.
각자 저마다 마음에 드는 도시가 있을테다.
영국에 대해서는 알수록 난해한 지점들이 많겠다.
그렇지만 런던이라는 도시는 내게 안정감과 깨끗한 이미지로 남을 것 같다.
거의 매일 비가 오고 있다. 아부다비에서 런던의 일기예보를 유심히 보다가 왔는데, 역시 비가 잦다.
며칠 전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는 계속 비가 올 거라는 예언(?)을 했다.
아이들과 낮시간을 바깥에서 보내다가 들어올 즈음엔 항상 보슬비가 내린다. 그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다. 어젯밤엔 비가 넉넉히 내렸다. 아침에 밖에 나오니 맑고 깨끗하다. 공기도 햇볕도 청량한 느낌... 런던 곳곳에 공원들이 많다. 각 집마다 와일드한 느낌의 정원도 보인다.
가드닝에 진심인 영국인들. 하이드 파크는 넓은 호숫가가 인상적이었다. 백조와 가까이 만나고 오리와 함께 잔디를 뛰어다녔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던 순간...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지만 햇볕이 따사로워 거닐기 좋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이드파크에서 나오는 길에 핀 라벤더와 로즈메리. 흐드러져 있는 향기로운 허브들.. 야생화들과 갖가지 꽃들이 섞여 있었는데, 정돈된 정원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에는 다소 어지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듬거나 정돈하는 과정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자연 그대로 두는 느낌이었다. 내 눈에는 더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정원.
로즈메리 잎 한줄기를 슬쩍 도둑질했다.
얼마만의 로즈메리 생잎인지... 하이드파크는 로즈메리와 라벤더, 백조와 오리들과 함께 놀았던 곳으로 기억되리라.
런던의 자연을 한껏 느낀다. 비 걱정을 했는데 막상비가 매일 오니 더 맑아지는 느낌이다.
런던 오기 전 가라앉았던 마음은 이곳의 맑은 기운과 함께 차분함으로 자리 잡았다.
매일 아침, 숙소 주인이 쓰던 파란 요가 매트에 앉는다. 하루의 시작을 맑게 한 날은 날씨가 어떠해도 맑다. 내일도 런던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