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바리우다 Dec 23. 2023

남미여행 일기 27

27. 리오데자네이로..남미여행의 마지막 날

12. 21. 목. 행 28일째,


아침을 먹으러 가니 이과수 갔던 팀이 식사하고 있는 게 보였다. 다가가 인사하니, 같이 못 가서 죄송했다고 한다.
 (아니 뭘요~~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 가슴에선 갑자기 이과수를 가지 못했다는 서운함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식사를 하고 로비로 나가니 우리 일행이 투어를 신청하고 있었다. 우리도 따라서 리오 투어로 빵산(sugar loaf)과 예수 상 투어를 신청했다. 값은 340헤알... 모든 게 아르헨티나보다 비쌌다.

9시에 호텔 로비에 현지 투어 가이드가 왔다.


우리는 벤에 올라 빵산으로 갔다. 빵산은 2개의 케이블 카를 차례로 타고 올라가야 했다. 오갈 때 마다 바코드를 검색대에 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빵산에 올라가니 리오가 아주 아름다운 곳이라는 게 한 눈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이 눈길을 끌었다.



리오에는 해수욕장도 많았고 바다에는 수많은 요트가 떠있으며 외곽과는 다르게 멋진 건물들이 들어차 있었다.


빵산에는 가파른 바위 사이에 풀과 나무들이 자랐다.도마뱀도 살고 있었고 자카라는 특이한 열대식물에 덩치가 큰 과일도 달려있었다.




그후 벤을 타고 예수 상으로 갔다. 좁은 의자 안에서 한참을 졸다가, 도착한 곳에서 티켓을 제시하고 다시 다른 티켓을 하나 받고 벤을 갈아타야 했다.

우리는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배가 고파 돌 의자에 앉아 전날 먹다 남은 빵과 자두를 먹었다. 커다란 예수님 상이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너희 모두를 대신해서 내가 십자가를 지겠다.)
라는 결의에 찬 고독한 사람이 느껴졌다.

그 얼굴을 보니 그동안 상심으로 뒤흔들렸던 마음이 다소 평안해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의 욕심이 사라진 건 아니어서, 나는 혼자 속으로 웅얼거렸다.



 (죄송해요~ 그리 .. 달라지지 않아서... 그래도 당신을 사랑해요.)

사람들은 모두가 팔을 벌린 예수님 상을 따라서 사진 찍느라 바빴다. 나도 팔을 벌려 보았으나 세상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내 얼굴에선 그의 표정이 나올 리 만무했다.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남미에서의 마지막 식사라, 마리우스라는 해물 뷔페에 가서 점심겸 저녁을 먹었다.


Marius Degustare


그곳은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알록달록 화려한 실내장식으로 환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빨간 앞 치마에 터번을 두른 웨이터가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며 고기 요리나 문어 생선 요리 등을 가져다 주었다.


첫번째 해산물.. 연어는 그저 그랬다.


요리는 해산물에서 브라질 전통요리, 스튜까지 다양했는데 얼마나 짰는지, 밤에 엄청 물을 마셔야 했다.



1인에 330헤알이라는 거금이 들어갔다. 팁까지 포함하니 200달러 가까이 들었다. 그래도 이과수도 가지 못한 나에게 스스로 주는 보상이어서 아깝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해변을 다시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해수욕을 하거나 축구공을 갖고 놀고 있었다. 술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거나 어떤 추태도 부리는 일 없이...


남자나 여자나 축구를 좋아했고 여기저기서 공을 갖고 놀았다. 발 뿐 아니라 어깨나 가슴 등 온몸으로 공을 패스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다면 나는 무얼 하고 있을 것인가?


여느 노인 부부처럼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모래나 뒤적이고 있겠지...그러다  점점 늙어 힘이 빠져서 어느 날엔 바다에도 못 오고 해 지는 저녁때가 되면 바다를 그리워 하겠지.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늙고 죽어가만, 괜히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잘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돈을 아끼지 말고 여행을 하자. 얼마 남지 않았다...


집으로 둘아오는 길 호텔 근처에서 누워있는 노숙자가 보였다. 부부였다. 남편의 팔에 안겨있는 습이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당당하게 웃는 듯 했으나 여인은 어딘가 슬퍼보였다. 그렇게 구질구질한 담요를덮고서 길에서 먹고 자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단할까?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눈빛이 가슴에 드리워져서...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마지막 리오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남미여행 일기 2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