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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Nov 17. 2021

뒤죽박죽 생일잔치

   

   남편 생일이라 좀 특별한 음식을 하기로 했다. 동그랑땡과 잡채, 그리고 돼지갈비를.    

 

  “엄마, 지난번 농협에서 사 온 동그랑땡이 두툼하고 맛있더라. 동그랑땡은 그거로 해” 

    

  오랜만에 미국에서 큰딸이 오던 날, 만들었던 동그랑땡은 밀가루를 많이 넣는 바람에 두부가 어우러진 맛 대신 작은 부침개 맛이 났다. 그 후 집 반찬이 없던 날, 동그랑땡을 사다가 밥상에 올렸는데 큰딸이 그걸 원한 것이다.


  농협에 가서 잡채 재료와 등갈비, 그리고 갖 만들어진 동그랑땡을 사서 집으로 왔다. 아차, 잡채에 넣을 고기는 샀는데 미역국에 넣을 소고기가 없다. 다시 농협 마트로 가서 소고기를 사고 돌아왔다.

  등갈비 세 통을 벗겼다. 등갈비가 5kg 넘으니 걱정이다. 이번엔 나도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네이버에 등갈비찜을 쳤다. ‘단짠단짠 야들한 간장 등갈비 만드는 법’이란 레시피가 눈에 들어왔다. 우선 등갈비를 물에다 데치고 양파와 당근 등 부대 재료를 씻어두었다. 


  중요한 것은 등갈비를 재울 양념이다. 등갈비 1kg당 물 150ml에 양조간장이 100ml라고 한다. 5kg이면 간장이 500ml이다. 간장이 좀 많은 건 아닐까? 간장을 조금 덜 넣고 물과 섞고 보니 별로 짜지 않다. 설탕 50ml는 몇 스푼되나? 할 수 없이 밥숟가락으로 하나를 뜨니 충분히 많은 것 같다. 섞고 맛을 본다. 잘 모르겠다. 다시 한 스푼을 덜어 넣으며 맛을 보다가 맛술을 넣을 생각에 설탕은 그만둔다. 맛술까지 섞고 레시피에 나온 대로 다진 마늘과 생강으로 마무리를 해서 갈비를 재웠다. 어라, 갈비를 재웠는데 양념이 모자란 듯하다. 할 수 없이 간장과 물을 섞어서 양념을 더 채워주었다. 


  아침은 바쁘니까 미리 잡채를 했다. 이번엔 좀 빨리할 요량으로 당근과 양파를 채 썰어서 같이 볶는데, 아니나 다를까 양파가 다 익도록 당근은 익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날따라 뭐가 문제인지 당면은 덜 삶아져서 간장을 넣고 기름에 더러 볶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잡채를 만들고 나니 생일 전날 저녁이 흘렀다.


  생일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쌀을 씻는데 큰 애가 나왔다. 

  “엄마, 나도 도와줄까?” 

  “그럼 네가 미역국을 끓일래?”


  갑자기 역할 분담이 되어 나는 전날에 준비해둔 갈비 양념에 넣을 채소를 썰어서 준비하고 딸아이는 미역국을 끓였다. 나보다 요리를 잘하는 딸 아이 덕분에 한숨을 돌리다 갈비가 끓으니 양념 맛을 본다. 어, 무지 짜다. 어떡하지? 부리나케 양파를 벗기고 잘게 채썰기 시작했다. 양파를 다져놓고 다시 끓여도 짜다. 


  “왜? 엄마, 짠 것 같아? 내가 간을 볼까?”
   큰애가 티 스푼으로 갈비 양념을 맛보더니, 짜다며 간장 맛만 너무 진하다고 한다. 

  “엄마, 배를 갈아서 재워 넣지 않았어?”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쿠, 남의 레시피를 따라 하다가 평소에 갈아 넣던 배를 빠뜨렸구나. 익히 만들던 대로 할걸. 후회막급이다. 할 수 없이 갈비 양념을 덜어내고 끓던 갈비 솥에다 사과를 갈아 넣느라 땀이 다 났다. 다된 갈비는 그래도 짰는데 더이상 손보기가 어려워서 그냥 두었다. 나 대신 끓인 딸 아이의 미역국은 들깨가루까지 넣어 그런지 뭉근하니 국물 맛이 진했다.


  생일 축하 기도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나는 식구들이 갈비를 집기도 전에 먼저 갈비가 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남편은 별말이 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수저를 들어 밥과 국을 먹고 갈비를 뜯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식구들이 무엇을 먹을지 쳐다보았다. 동그랑땡과 잡채까지 잘 먹는데 평소와는 달리 갈비는 많이 먹지를 않는다. 역시 짠가 보다. 등갈비찜이 아니라 등갈비 장조림이라도 된 걸까? 장조림은 나중에라도 두고 먹으면 되니까...... 마음을 내려놓았다.     

 

  “내년 엄마 생일엔 산티아고에 갈 거야”


  남편이 말하니 큰 애가 프랑스의 남쪽이 스페인인가? 하고 묻는다. 지리에 해박한 남편은 물컵과 작은 접시를 가지고 북동쪽이 프랑스이고 남서쪽이 스페인이라고 하면서 신나서 세계 지리를 설명한다. 


  “어, 그럼 영국은 어디에 있지? 프랑스 서쪽인가?”

  내가 묻자마자 남편은 벙찐 얼굴로 대답을 못 하는데, 큰 애가 얼른 내 말을 받았다.

  “엄마, 영국이 섬나라라는 건 알고 있지?”

  그러자 유머가 많은 둘째가 웃으며 거들었다.


  “괜찮아, 엄마. 요즘 유머에 엄마같이 얘기하는 사람이 있더라. 영국이 섬나라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어? 포도당 구조식도 모르는데 말야 라고.”

  “그래~ 포도당 구조식은 상식 아닌가?”


   내가 말을 받자마자 식구들이 빵 터졌다. 니들은 문과고 나는 이과잖아 그 말을 삼키며 나도 따라 웃었다. 그 덕분에 아침부터 뒤죽박죽이었던 내 기분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식사는 즐겁게 끝났다. 식탁을 정리하는데 툭 던지는 남편의 한 마디에 기운이 솟는다.


  “그만하면 갈비 맛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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