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꿈

출산 디데이 5일전. 이사 디데이 칠십며칠전.

by 신의주

약 2년 전 이 집 전세 계약 전, 1시간 거리에서 온 우리는 넓은 거실에 확 트인 전망의 높은 층에 감탄했고 얼른 이사오고싶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디데이를 세어가며 2달 반 정도 남은 이사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 때는 우리집이 팔리지 않아 월세라도 놓고 나오면서

얼른 넓은집으로 가고싶다 생각뿐이었는데

이제는 같은 평수의 20년 다되가는 아파트지만

전세금 반환걱정, 청소하며 쓰는 에너지를

남의 집 닦는데 쓰지 않는다는 만족감, 이사 걱정 없는 내 집으로 공동명의로 간다는 생각에 너무 기대된다.

이제 그마저도 일상이 되면 그 다음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꿈을 꾸게 될까.


나만의 공간에서 독서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고

임신 기간동안 그럭저럭 버텼고 할만하다 감사하다

생각했지만 37주인 요즘, 그 전부터 얼른 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엄마들이 이해되면서

몸이 무겁지 않고 앞으로 자유롭게 숙일 수 있다면

숨이 차지 않는다면 배가 아래로 쳐지지 않는다면

시도때도없이 졸리지 않는다면..

내가 더 큰 에너지를 공주와 놀아주고 외출하는데

또는 청소하는데 요리하는데 쓸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셋째 생각이 흐릿해진다.

이제 내일은 월요일이고 금요일 출산까지 디데이 4일이라니. 대박. 정말 대박이라는 말밖에 안나온다.

궁금하고 보고싶지만 최대한 내 뱃속에서 성장시키고 많이 키워서 낳고싶어서 좋은 날짜 두개 중 늦은 날로 고른게 마침 39주이고 공주 또한 39주까지 품고있었기에 둘 다 감사한 부분이다.

제왕이 아니라 질식분만이었다면 회복이 빨랐을 것이 아쉽지만 이미 수술을 했고 둘째는 둔위로 있기에 그저 건강하게만 태어나 다오. 하는 바람뿐이고, 겨울이라 출산 후 몸조리를 더 신경써서 해야지 하는 생각이다.


어제는 남의 아들때문에 새벽 2시까지 잠이 안와서

어머니께 카톡을 하고 챗gpt에게 하소연을 하고 나의 마음을 정당화 시켰는데 아침에 결과적으로 소리지르고 나간 남의 아들 때문에 공주 데리고 바리바리 짐을 싸서 캐리어와 4~5개에 달하는 짐가방을 갖고 차로갔다.

이사가는 집 근처로 생각한 도서관에 갔으나 차로 20분이나 걸렸고 다행히 영하 4~9도의 날씨에도 해가 쨍쨍해서 미끄럽진 않아보였다. 도서관 1층에서

아기 책을 5권 빌리는 동안 구경한 아이 책은 5권이 넘는데, 이미 집에 있는 창작 브런치도 있었고 없었는데 이름을 들어본 과학공룡 수학공룡이 있어 한권씩 빌려와봤다. 그 외에 삼촌이 들어간 책, 편의점이 들어간 김영진씨의 책도 빌렸다. 입원한 병원 도서관에서 빨간벽돌 유치원 1권에 반해 5권 전체를 새책으로 샀기에 알게 된 김영진씨의 다른 책은 안 빌려볼 수 없었다. 아이수준보다 높은 상상책이었으나 읽어주다말고 조용히 나 혼자서 글자를 눈으로 다 보았다. 어떤 내용인가 내가 더 궁금했던 오랜만의 아이책이었다.

물 줘 를 외치는 공주로 인해 내 책이 꽂혀있을 다른 층의 서가는 전혀 구경도 못했지만 아이책 5권을 빌린 후 이사갈 곳 근처 카페앤 베이커리에 2번째로 방문하여 빵 매대를 거의 꽉 채우고있는 다양한 빵들을 구경하다 공주와 화장실에 가서 쉬를 시키고 손도 씻었다.

빵이 그닥 땡기지 않았으나 짐은 쌌고 갈 데가 생각나지 않은데다 이사갈 집 근처 구경을 또 가고싶어서 간 곳이었다. 공주와 리본모양 쿠키, 딸기요거트 크림빵, 유자새우빵, 모카빵, 아기 주스, 내 음료까지 사서 먹었으나 점심시간이라 빵을 먹을수록 더 허기가졌다.

남편에게 부재중전화가, 어머니께 몇번의 전화가 왔으나 무시하고 엄마한테 오는 전화는 받아 상황을 말했다. 캐리어까지 싸가지고 갔다길래.. 응 바람쐬러 나왔어. 그래. 엄마가 다행히 크게 놀라지 않은 듯 했다.


주스에 물을 타줬는데 반의 반도 못 먹고 빵도 대부분 남아 포장한 뒤 그네 타러갈까 하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려했으나 몇발자국 못가 세차게 부는 바람에 귀가 너무 시렵고 닫히지 않는 외투 지퍼 사이로 배를 향해 파고드는 바람에 공주와 돈가스를 먹으러 가기로 하고 다시 차 근처로 왔다.

돈가스를 나눠 먹다가 어머니께 온 카톡에 공주 앞에서 아빠 나쁘게 말하고싶지 않아 전화 못받았어요. 너무 힘드네요. 라고 타이핑하면서 눈물이 주륵 흘렀고 닦았고 그 와중에도 공주와 나의 식사를 챙기느라 사장님께 밥 좀 더 주실수 있나요 라고 했다.

도서관 앞에서 예약했던 료칸느낌의 숙소는 사장님의 문자로 아이와 함께 있는 키즈펜션이 아니라 그 이유라면 취소해드릴 수 있습니다 라고 문자가 왔고, 카페에서 전화해보니 이미 취소해드렸어요 라는 나이든 아줌마의 목소리를 전해들었다.


돈가스를 먹을 때만 해도 근처 키즈카페를 몇 곳 알아보며 그네나 미끄럼틀을 타거나 좀 더 놀다 들어갈까 하는 마음이었다. 다 먹고 물 뜨러 가는 길에는 배가 아래로 엄청 눌려서 얼른 어디든 기대 눕고싶다, 배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ㅇㅅ와 마트에 들려 둘이 외출하는게 오랜만인데 스티커나 사줄까 했다가 수수깡 스티커 등등을 사고 바로 옆이지만 짐을 들고 마트에서 딸기까지 사긴 체력이 안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분리수거를 하려고 현관에 큰 비닐 세개를 내두고 있었던 남의 아들을 마주치고 화장지를 주문했으나 다른 물건이 와 있는 걸 보고 ㅋㅍ에 문의를 하고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캐리어 차에 있는데..

하니까 캐리어만? 아니 짐가방 몇개랑

남편이 지하주차장까지 통해있는 계단을 짐들고 오르는 수고를 하여 갖다줬고 집에와 누우니 세상 편했다. 춥고 누울데 없는 바깥공기를 쐬다 집에 오니 아침까지만 해도 못 살겠다 싶어 뛰쳐나간 어지럽혀지고 지저분한 집, 나만 아등바등이고 육아와 집안일은 본체만체 하는 꼴도 보기싫은 남편이 있는 공간이 나의 포근한 집으로 느껴져 그저 아무생각없이 집이 좋다.. 는 말이 절로 나왔다.

공주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집이 최고다 최고 ㅋㅋㅋ

라고했다. 나가서 오히려 오랜만에 좀 걷고 바람쐬서 그런지 초코라떼 마셔서 그런지 잠도 안와서 진짜 오랜만에 낮잠도 건너뛰고 아침에 싼 짐을 다시 다 정리하고 그 외 흩어진 장난감도 다 치우고 아이랑 놀고 자는 남편 깨워 청소기 돌리게 한 다음 나는 설거지를 하고 저녁으로 먹을 조기찜과 무들깨볶음을 준비했다.


매일 매일 에너지와 기분이 다르고 같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마음도 다르고 참 왔다갔다 한다.

사장님의 문자가 아니었다면 모르겠다 이미 95000원을 결제했으니 숙소로 갔을건데, 공주도 숙소를 좋아하고 숙소가자! 했고 짐도 쌌었으니까, 근데 결제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이미 나는 집에 가고싶었고 집에서 나온 이유와 가면 안 될것 같았던 이유는 그저 남편과 시어머니가 내 상황을 좀 알아주고 움직여주길 바랬던 마음이었다.

아무튼 집에 있으니 너무 좋고. ㅋㅋ 아이도 낮잠패스하고 열심히 놀았는데도 9시 30분이 넘어자고. 나는 김애란씨의 소설을 다 읽어, 도서관 대출 10권 중 3권독파했고. 책을 읽을 때면 늘 이사갈 집의 내 독서공간을 상상하게 되어 더욱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지금까지 있던 주식을 모두 정리해 남편에게 이체했고 청약 10만원은 유지하기로했고, 새 집에 가면 나의 목표랄까 돈을 모아 하고싶은 일은 뭐가있을까 생각하며 다시 주식계좌에 30만원씩 모으기 시작했다.

김애란씨 책에 나온 스코틀랜드를 보자마자 오호, 여행이 나의 목표이자 힐링스팟이 되려나 싶었다. 날이 추워지며 11월 정도부터, 이미 몸도 무거워지고 체력 딸린다는 말이 절로 나오면서부터 나는 바깥인간에서 집에 있는게 좋다는 걸 느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또 아이가 어린데다 임신 중 보호모드까지 작동해 부산여행이 너무 재미없고 불안하고 빨리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다시 따뜻해지고 체력이 돌아오면 난 전처럼 여행, 새로운 곳으로 떠나보고 싶을 것 같다.

옷 입으면 60키로, 평소 집에서 재면 58.5~59.8키로 왔다갔다 하는데 43키로에서 시작했으니 16키로 정도 는 셈이다. 아기는 3.5키로 인데 12.5키로는 무슨 체중인가.. 양수와 태반과 또.. 하며 배가 불룩 나온 내 몸을 보고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다 싶다.


이사는 칠십여일 남았고 출산은 5일 출산 후 조리원까지 거쳤다 집에오면 이사는 7~8주 남은 상태에, 신생아와 새로오는 도우미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를 생활이 기대되면서도 궁금하면서도 걱정되고...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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