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주 진입 당일 3.58kg
어머니가 오셨다.
그저 쌓아두었던 아기 옷장에 넣을 칸막이를 조립하고 안에있던 옷을 빼고 칸막이에 하나씩 접어 넣고.
조립도 어머니랑 같이하고 옷 개는건 거의 어머니께서 다 하셨다. 그 동안 공주 오징어 전복 무국을 준비하고 볶음밥을 했다. 디데이 2일전, 평소와 다름없던 평일이었다. 어쩌면 평소보다 수월했다. 3일째 어머니께서 와 주셨기에 정말 편했는데.
공주 8시~8시반쯤 재우고 낮에 사온 다이제를 먹고 우유도 마시고 누워서 김진명의 신의 죽음을 마저 보고있었는데 대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갔다.
아랫배가 아파왔다. 처음엔 둔 하게 아파오길래 자궁 수축되는 가진통 느낌과 다르다 생각했고 5번이나 대변이 계속 찔끔찔끔 마려오고 아랫배도 쭉 계속 아픈걸 검색해보니 아기가 내려오고 있을수 있다고 하는 글을 봤다. 분만실에서는 1시간만 더 지켜볼까요 라고했으나 이미 라인 정리 등 전문가로서 되게 없어보였던 분만실 사람들. 간호사인지 조무원인지 섞여 일하는 곳에서 신뢰될 만한 사람이 없다는걸 두번이나 경험했기에, 태동검사때와 입원설명때, 우선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느낌으로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에 약간 붉은 빛이 묻어나왔고 뒤이어 물 같은 분비물이랄까 그런게 주르륵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운동 다녀온 남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캐리어 부탁한다고 하고 내가 직접 들고가야할 쇼핑백만 챙겨 운전해서 병원 오니 11시 반쯤 됐으려나.
제대혈키트, 작성한 서류, 항혈전 스타킹, 커프 였다.
태동검사를 하는데 배가 수축해 오는 느낌이 들었고 아 이게 진통인가 하며 엄청 땡기고 아파서 얼른 수술하고싶었다.
다음날 날짜 받아놨지만 운명은 스스로 타고나는 것인지 이미 수술을 안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당직이 담당의사였고 마취과 사람이 오는대로 수술 들어가겠다며 라인 18G를 왼팔에 터뜨리고 오른쪽으로 잡고 수액달고 관장하고 화장실 다녀오고 항생제 ast도 했다.
배가 엄청 당기면서 통증이 또 느껴졌다.
남산만한 배를 안고 수술대에 천천히 오르고 딱딱한 검정 베드에 자세를 잡고 반듯하게 누우니 첫째때의 마취공포가 떠올랐다.
처음보는 나이든 마취과 남자가 들어와 인사도 없이 빨리 준비하자? 이런말을 했고 역시나 이번에도 새우등을 하라고했다. 이 자세가 진짜 공포스러운데 그리고나서 내 척추뼈를 꾹꾹 누르고 넓게 차가운 솜으로 소독하고 또 꾹꾹하고 아 이제 곧 바늘이 들어가려나 하는 순간이 진짜 무서웠다.
날카로운 침이 침투하는게 느껴지자 나도모르게 움찔움찔하고 살짝 배쪽으로 굽혀지자 펴세요 펴세요
단호하고 딱딱한 말이 들려왔고 필사적으로 펴며 버텼고 눈을 찔끔 감고 오른손으로는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반듯한 자세로 누우라고 하고 양팔과 다리에 보호대를 감아 못 움직이게하고 내 배에 초록 시트를 깔고 내 눈 위로 파란 시트를 씌웠다. 너무너무 무서워서 저 언제자요? 재워주세요 를 두번 말했고 나에게 마취과 의사는 아무말도 없이 거칠게 산소마스크를 씌우더니 약을 넣었나?갑자기 눈이 흐려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깨어보니 너무너무 추웠고 이가 달달달달 떨리면서 딱딱하게 계속 이가 닿았고 몸이 덜덜 떨렸다. 너무 추워요. 이가 계속 떨려서 힘들어요. 를 반복한지 얼마나 됐을까. 서서히 떨림 횟수가 줄고 눈을 뜰 수 있게 되었고 몸이 데워지면서 이불을 빼주세요 했다. 남편은 나중에 내가 두시간 정도 아파하는걸 보는게 힘들었다고 했다. 내 기억엔 잠깐이었는데 꽤 오래 내가 고통스러워했나보다.
그리고 아기 볼 수 있겠어요? 하자 네 하고
핑크 수건에 싼 아이를 데려다 주셨다.
아이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내 손이 아닌 남의 손은 늘 불안하다. 머리카락도 쌔까맣고 볼도 토실토실하고 첫째와 다르게 몸무게도 평균 이상인 아들이 태어났다. 믿기지 않았고 건강하게 태어나 준 아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수술이 끝나고 배가 홀쭉해지니 살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마취가 풀리고 움직일 때 온 몸의 위장이 내려앉는 느낌으로 너무 아프고 힘들었던게 생각나 걱정도 되었다.
아무튼 나는 엘베통해 병실로 왔고 생각보다 넓고 편안한 방에서 잠시 기쁨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