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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Dec 20. 2021

그날을 기다리며

슬기로운 자가격리 1일차

큰아이 반에 확진자가 나와서 반 친구들 모두 밀접 접촉자가 되었다. 지난 주말 급하게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우리 가족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반 친구들도 모두 음성이다. 감사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주말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월요일의 줌수업은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반 친구들 중 누군가 확진 받은 친구 이름을 말했고, 그걸 듣는 순간 아찔했다. 부디 그 친구가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주말부터 이미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식적인 격리 기간은 오늘부터 일주일간이다. 큰아이야 그렇다 쳐도 작은 아이까지 함께 격리를 하려니 안쓰럽기만 하다. 병설유치원이라 곧 졸업인데, 하필 자가격리 해제 날이 졸업식이다. 졸업식이 끝날 시간 즈음 격리 해제가 될 것 같다. 그 생각을 하니 유난히도 작은 아이가 짠해 보인다. 



"별아. 자가 격리해서 졸업식에 못 갈 것 같네."


그 말을 듣자마자 작은 아이는 엉엉 울어 버렸다. 졸지에 지금 이 순간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소속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필 지금 이 순간 목 늘어난 내복을 입고 있을 건 또 뭐람. 여러모로 미안해진다. 한참 울고 난 아이는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혔는지 빙그레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엄마. 졸업식 못 가는 대신 케이크 사주면 안 돼?"


그래. 케이크 사줄게. 그게 뭐가 어렵겠니. 

그날은 우리 별이 유치원 졸업식이고, 또 자가격리 해제 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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