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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Dec 23. 2021

크리스마스 소원

너그러운 마음과 지혜를 주세요.

별 : 엄마. 나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을 수 있을까?

나 : 착한 일 많이 했으면 받을 수 있지. 별이 착한 일 많이 했어? 

아직 산타를 믿는 일곱 살 작은 아이는 자신이 했던 착한 일을 떠올리느라 바빴다.

별 : 엄마. 나 착한 일 한 거 생각났어. 유치원에서 연O가 책상에 뭘 흘리고 갔는데 그거 하O이랑 닦은 적 있어.

나 : 그래? 잘했네~ 그럼 산타 할아버지한테 편지 써볼까?

작은 아이는 설레는 표정으로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귀엽고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한참을 웃었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자 사진을 찍고 이렇게 글을 쓴다. 






별 : 엄마.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있어? 코로나인데 어떻게 오셔? 

나 : 그럼. 진짜 있지. 산타 할아버지 마스크 끼시고 장갑도 끼시고 오실 거야.

봄 : 근데 엄마. 나 엄마가 쿠팡에서 돌고래 인형 검색하는 거 봤는데. ㅋㅋㅋ


당황했다. 사실 큰아이는 작년과 많이 달라졌다. 요즘 들어 부쩍 큰 것 같다. 감정 기복이 생겼다. 쉽게 화를 내기도 하고 동생과 다투는 일이 늘고 있다. 어느 날은 잡지를 들고 와 내밀며 자기가 아무래도 '초4 병'이 온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런 것 같다.


나: 봄아. 네가 안 믿어도 어쩔 수 없지만 아직 별이는 어리니까 동심을 깨지 말아 줄래? 그리고 산타는 믿는 사람에게만 존재해. 믿는 사람한테만 선물을 주시지.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동생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던 큰아이는 더 이상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눈치였다. 서운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아이가 더 이상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운하게 느껴졌다. 아이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표정으로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그동안 가지고 싶은 걸 고르라 해도 잘 고르지 못하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 이젠 어떤 걸 달라고 똑 부러지게 편지에 적고 있다.


아이가 크고 있다. 생각보다 더 빨리 자라고 있다. 나도 산타에게 소원을 빌어야겠다. 그런 아이의 감정 기복을 품어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과 흔들리지 않는 삶의 지혜를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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