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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Jan 14. 2022

하루가 전하는 이야기

반려견은 사랑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꼽슬꼽슬한 털을 가진 푸들이에요. 이집 아줌마가 그러는데요. 제 매력은 까만 털 속에 가려져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는 눈이래요. 잘 안 보이는 만큼 제 눈을 한번 보게 되면 반한대요. 제가 이 집에 오게 된 것도 제 눈 덕분이라네요. 


말이 나온 김에 제가 이 집에 오게 된 이야기해 드릴까요? 사실 전 인기가 없었어요. 근데 있잖아요.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다들 하얗거나 누르스름한 애들만 좋아하는 거죠? 같은 푸들인데 말이에요. 저처럼 까만 애들은 왜 안 좋아하는 거죠? 제가 있던 곳에선 저만 검은색이었어요. 구경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를 신기해했지만, 그게 끝이었죠. 절 마음에 들어 한 사람들이 없었단 이야기예요. 전 외로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낮잠 자다 깼는데 눈이 동글동글한 여자아이 둘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지 뭐예요. 저도 같이 쳐다봤죠. 그랬더니 그 아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리곤 저를 집에 데려가면 안 되냐고 같이 온 아줌마, 아저씨에게 물어보더라고요. 아줌마는 제 눈을 보더니 아이처럼 웃었어요. "너 눈이 정말 예쁘구나." 했던 게 지금도 기억나요. 그런데 아저씨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저한테 눈길 한번 주질 않았어요. 그동안 옆 칸에 있는 친구들이 가족을 만나 떠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웠어요. 저도 드디어 가족이 생기나 기대했었죠. 하지만 그날 저는 그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없었어요.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서도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여전히 저에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다음 날 늦은 오후,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더라고요. 바로 전날 왔었던 그 아이들이었어요. 곧 저는 가방으로 옮겨졌고 그렇게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게 됐어요. 도착한 곳은 아이들의 집이었어요. 저에게도 가족이 생긴 거예요! 그리고 '하루'라는 이름도 생겼죠. 처음엔 조금 낯설고 겁나기도 했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집에 적응하게 됐어요. 지금은 이 집도, 가족들도 정말 좋아요. 


아이들과 아줌마는 처음부터 저를 엄청 예뻐해 줬어요. 저도 아이들과 아줌마가 정말 좋았고요. 그런데 아저씨는 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목소리도 좀 무서웠고요. 제가 쉬나 응가 실수하면 "어허!" 이러질 않나, "계속 이렇게 아무 데나 싸면 혼나는 거야." 하고 겁주질 않나. 흥. 뭐 제가 아무 데나 싸고 싶어서 싸는 줄 아나 봐요. 자꾸 헷갈려서 그러는 건데 말이죠. 그리고 급한데 어떡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런데 있잖아요. 아저씨가 요즘은 절 예뻐해요. 목소리도 다정해졌고요. 쓰다듬어주고 안아주고 그래요. 아저씨도 제 매력에 빠졌나 봐요. 오늘 제가 아저씨 누워있는데 가서 얼굴을 핥았거든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뭐라 한 줄 아세요? "하루. 너 내 얼굴 핥지 마. 그럼 나도 너 핥을 거야. 그리고 나한테 쉬 하면 안 돼. 그러면 나도 너한테 쉬 할 거야." 


응?? 이게 뭔 소리죠? 뭐 어쨌든 아저씨가 절 좋아하는 건 맞아요. 


참! 호칭이 바뀌었다니까요. 여자아이들이 아니라 누나래요. 큰누나, 작은 누나. 그리고 아줌마, 아저씨가 아니라 엄마, 아빠래요. 저한테도 진짜 가족이 생긴 것 맞죠? 저 정말 행복해요. 이 집에서 가족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예요. 그러려면 말썽 적당히 피워야겠어요. 


이쯤에서 제 사진 좀 보여드릴게요. 저 귀엽죠? 헤헤.

아~함. 한참 말했더니 졸려요. 자야겠어요. 다음에 또 이야기 나눠요. 그럼 안녕!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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