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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Apr 06. 2022

난감하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중입니다만,

큰아이는 컨디션을 회복했고(확진 6일차) 내일이면 격리가 끝난다.

감사하게도 작은 아이는(확진 3일차) 큰아이보다 심하게 앓지 않고 지나가는 것 같다.

코로나가 우리 집을 휩쓸고 지나가는 이 기간에 몸이 아픈 것보다 난감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하나.

아이들을 챙기느라 긴장했던 탓인지 나는 증상이 일찍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플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컨디션 회복을 하고 나자 뒤늦게 아프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힘든 거다. 나는 기운이 없는데 살아난(?) 아이들은 집안에서 뛰고 싸우기 시작했다. 중재할 힘도, 그렇다고 가만히 들으며 견딜 기운도 없다는 게 참 난감하다.



둘.

"그러게 마스크를 쓰고 격리를 하지, 왜 안 써 가지고 식구대로 다 걸리게 하니?"

"네가 면역력이 제일 안 좋나 보다. 제일 아픈 거 보면."

"놀러 가도 돼? 격리 이번 주에 끝나지 않아?"


가까운 사람들이 왜 더 멀게 느껴지는 건지.. 작은 말에도 이리 상처가 나는 걸 보면 내가 아프긴 한가보다. 코로나라는 놈이 사람 마음도 약하게 만드는 것 같아 참 난감하다.



셋.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좋다. 우리만 빼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다. 코 속이 여전히 얼얼하긴 하지만 열감은 줄어들어 오늘은 이불을 빨아 널었다. 식구대로 이불을 두 개씩 돌돌 말아 깔고 덮고 땀을 흘린 덕에 빨아야 할 이불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여태껏 그깟 건조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며 부러워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깟 건조기도 없는 이놈의 집구석이 참 난감하다. 



넷.

그간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음식량을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매일같이 만보 넘게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줄넘기를 하고 홈트를 했었다. 그럼에도 1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던 나의 몸무게가 코로나 앞에서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몸무게란 것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 줄어드는 건가 싶어 참 난감하다.



다섯.

커피를 좋아한다. 다른 군것질은 거의 하지 않지만 커피는 빼놓지 않고 마신다. 그것도 바닐라라떼. 힘들 때나 스트레스 받는 일 앞에서도 바닐라라떼 한 잔 마셔주면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 맛이 없다. 그렇게도 좋아하던 바닐라라떼조차 맛이 없다.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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