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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Aug 09. 2022

엄마의 이사

좋은 일, 생길 거예요.

엄마가 이사를 했다. 너무 더워 녹아내릴 것 같은 날씨에 조금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워낙에도 쓸만한 짐이라곤 없었지만 이번 이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걸 버렸다. 그리고 가구와 살림살이 몇 가지를 새로 장만했다. 포장이사를 하기로 해놓고 미리 짐을 다 싸는 엄마를 보면서 답답하고 속이 상했지만 애써 할 말을 삼켰다. 아픈 다리로 왔다 갔다 하면서 짐을 옮기는 엄마를 보면서 못 본 척 눈을 감았다.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좁은 집이지만 정리만 잘하고 산다면 엄마 혼자 살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을 앞두고 엄마에게 잔소리하는 딸이 되기 싫었고, 나는 용케도 잘 참아냈다. 이사 며칠 전 남편과 미리 가서 묵은 먼지를 털어냈고 어제 드디어 이삿짐이 들어갔다. 



이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엄마도, 동생도, 나도 각자 나름의 고민들이 많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될까 봐 차마 말은 못 했지만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삿날은 동생이 옆에서 이사를 도왔으니 어쩌면 나보다 훨씬 힘이 든 건 동생이었을지도 모른다. 청소하는 날 휴가를 갔던 동생을 잠시나마 밉게 봤던 나를 반성했다. 



동생이 신경 쓴다고 썼는데도 엄마는 서운한 것들이 있었나 보다. 나에게 그것들을 털어놓는데 엄마 입장도, 동생 입장도 모두 이해가 됐다. 그래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완벽한 집구석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엄마 집 이사가 끝났다. 아직 정리할 게 산더미 라면서도 엄마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나도 이제 한시름 놓았다. 동생도 그럴 것이다. 



작지만 해가 잘 드는 집이다. 현관문을 열면 아늑한 느낌이 드는 집이다. 엄마가 이 집에서 마음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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