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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Aug 15. 2022

그랬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아빠에게 닿기를.


아빠의 기일을 앞두고 납골당에 다녀왔다. 1년 만이다. 매번 좀 더 자주 가야지 하고 돌아오지만 매년 이맘때쯤 찾는 걸 보면 1년에 한번, 이게 딱 적당한 건가 싶기도 하다. 하긴, 살아생전에도 아빠와 난 참 서먹서먹한 사이였다. 돌아가시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 아빠를 원망했고 정말이지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버거워서 아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빠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이다. 지독히도 외로웠을 아빠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감정을 정리하게 된 건 모두 글쓰기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빠의 이름을 만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젠 이름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게 미안하고 또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내 눈물에 내가 놀라 손으로 재빨리 훔쳤는데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엄마 운다."

"엄마 외할아버지 보고 싶어서 우나보다. 나도 외할아버지 보고 싶다."

"아빠는 외할아버지 본 적 있어?"

"아빠도 본 적 없어. 외할아버지 돌아가신지 20년이 되었으니까. 엄마랑 아빠가 만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거든."



아이들은 20년이란 세월을 가늠하긴 하는 건지 어떤 건지 그저 입을 벌리며 놀랄 뿐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남편은 아빠를 본 적이 없다. 남아있는 사진조차 젊디젊은 아빠의 모습뿐이니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하긴 나도 이젠.. 아빠의 마지막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남편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며칠 전부터 기운이 없어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나를 대신해 남편은 술과 과일을 사 왔다. 아빠가 좋아하던 인절미도 잊지 않았다. 향을 피우고 준비한 음식들을 놓고 절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아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빠에게 술 한잔 올리라며 나를 챙겨주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빠를 위해 남편은 마음을 썼다. 그 따뜻한 마음이 참 고마웠다.



돌아가신지 2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아빠를 용서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워하게 되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지만,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그저 바라본다. 아빠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내 마음이 아빠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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