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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Sep 01. 2022

값진 도전

넌 멋진 아이야.


"학교 재미있었어?"


오늘따라 아이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개학을 한 후로 매일 아이의 표정과 컨디션을 살피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를 괴롭혔던 아이와 매일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일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일까. 아이의 마음이 어떠할지 엄마인 나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저 잘 이겨내기를.. 믿어주는 일밖에 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개학 후 일주일이 지난 오늘, 하교한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엄마가 학원 데려다줄까?"


아이는 가볍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아이와 발걸음을 맞추며 가볍게 대화를 시도했다. 무엇이 아이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아이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을까..



"내일 회장 선거인데.. 엄마. 나 그냥 안 나가려고."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아이와 관련이 있구나.. 느낄 수 있었다.



"사실은 회장 선거에 나가고 싶어. 그런데 내가 나가면 걔가 또 뭐라고 하면서 비웃을 거야. 그게 걱정되고.. 잘 할 자신도 없어. 이번엔 준비가 좀 안된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안 나가려고.."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떨어뜨린 그 아이가 정말 미웠다. 괜찮다고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래, 나가지 말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아이 손을 꼭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주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 아이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 거 당연한 거고.. 엄마라도 그럴 것 같아. 그런데 봄아. 제일 중요한 건 네 마음이야. 지금 기운 없고 기분이 안 좋은 이유를 생각해 봐. 뭐가 됐든 엄마는 널 응원할 거야."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학원에 갔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팠다.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일임을, 아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불안과 긴장임을 알기에 속이 쓰렸다.




"엄마!! 나 회장 선거에 나갈 거야! 생각해 봤는데 그냥 나가고 싶어졌어. 안될 것 같지만 도전해 볼래!"


저녁 무렵 집에 돌아온 아이는 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했다. 생각해 봤는데 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단다. 회장 선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게 더 속상할 것 같단다. 그 아이를 피하고 싶지 않단다. 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며, 나가고 싶으니 나가야겠다고 말하는 아이가 어찌나 멋지던지.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아이의 도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값지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온 마음을 다해 아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이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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