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해결하는 겁니다." <태양의 후예>(2016)
공무원 책을 덮은 뒤, 도수치료사가 말했다.
“일자목엔 수영이 좋아요.”
초급반 두 달쯤 지났을 때, 강사가 바뀌었다.
그가 들어왔다.
수모에 수경을 쓴 얼굴은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때였는데,
그날따라 처음으로 레인을 끝까지 갔다.
그는 짧게 말했다. “지금 자세. 좋아요.”
말은 짧았지만 정확했다.
수업이 끝난 어느 날, 시간이 겹쳤다.
어색한 인사 끝에 내가 먼저 말했다. “버스 기다려 드릴까요?”
그렇게 번호를 주고받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몇 달 뒤, 그는 헬스장으로 옮겼고
나는 세무사사무소에 들어갔다.
처음 맡은 일은 전표 철, 우편, 스캔.
중요한 전화는 옆자리로 갔고,
내 이름으로 끝나는 일은 드물었다.
내 몫은 영수증을 곧게 붙이는 일이었다.
퇴근하면 지쳐서 수영은 끊었다.
대신 주말마다 메시지가 왔다. “내일 11시. 운동부터.”
루틴은 단순했다. 스트레칭, 덤벨, 호흡.
내가 엄살을 부리면 그는 더 무거운 걸 먼저 들어 올렸다.
변명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밤이면 한 줄이 떠올랐다.
"구조현장에 최선은 없습니다. 그저 해결하는 겁니다."
우리에게 그 말은 선언이 아니라 루틴이었다.
일터에서도 같은 방식을 골랐다.
큰 성과 대신, 세 줄만 남겼다.
오늘의 첫 줄 / 멈춘 지점/내일의 주소.
그 세줄 덕에 화면의 떨림이 줄었다.
다음 장면이 어디인지 아는 날은 덜 흔들렸다.
그는 회사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았다.
“이직해라.” “버텨라.” 같은 말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생활에 짧은 자막을 달았다.
“한 세트 더.” “지금 불 끄고 자.”
몸은 먼저 달라졌다.
출근길 계단이 덜 가팔라졌고, 오후의 어지럼이 줄었다.
거울 앞에서 어깨가 반 뼘쯤 올라갔다.
큰 승리는 아니어도, 붙어볼 힘이 생겼다.
그제야 욕심이 생겼다.
배우고, 맡고, 책임지는 ‘일다운 일’.
평범함의 씨앗이 트이자, 방향이 생겨났다.
말 대신 반복된 루틴이 나를 그쪽으로 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