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혼자 하나요? 아니면 함께 하나요?
“훗날님은 취미가 뭐야? “
“요즘은 요가, 산책, 등산, 전시회 가거나, 책 읽고 놀아요. “
“혼자 하는 거 좋아하네.”
약 3년 전, 회사 상사분과의 대화였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맞다. 나는 원래 혼자서 노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가족과 떨어져 타 지역에서 하숙을 하며 지냈다. 주말이면 집에 가긴 했지만, 일이 있어서 집에 가지 못할 때면, 하숙집 근처 식당에 들어가 혼밥을 먹기도 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대학생 시절 살고 있는 고시원 근처에 영화관이 생겨서, 눈곱만 뗀 채로 혼자 조조영화를 보기도 했다. 흔한 일이었다. 전시회에 혼자 가고, 연극을 혼자 봤다.
한 번은 대학로에 있는 극장에 연극을 보러 갔는데, 시작 전에 배우들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인지 미리 객석으로 와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마침 내 옆 자리는 비어있었고, 한 배우가 그 자리에 앉아서 내게 “친구는 화장실에 갔어요?” 물었다. “저 혼자 왔는데요.” 사실을 말했다. 내 대답에 배우분은 매우 당황해했다. 그러고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혼자 오는 게 뭐 어떠냐며 괜찮다고 위로와 격려 비슷한 것을 하고 자리를 떴다. 안 괜찮아 보이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였다. 지금은 식당에 1인석이 있을 정도로 혼밥은 물론 무엇인가를 혼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내가 했던 “혼”뭐시기는 20년도 전에 일이니 그 배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혼자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수영장만 이용할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수영장에 가려고 했다가 안 갈 수도 있고, 갈 생각이 없었다가 갑자기 갈 수도 있다. A수영장에 가려다가 B수영장으로 갈 수도 있다. 즉흥적인 행동이 가능하다. 두사람 이상이면 이렇게 할 수가 없다. 시간과 장소를 약속해서 가야 하고, 혹시나 변동이 생기면 다시 조율하느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나는 그런 수고를 운동을 하는 데까지 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미 사회의 일원으로 많은 약속이 있고, 그걸 지키고자 애쓰고, 못 지킬까 전전긍긍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조정하느라 에너지를 쓴다. 피곤하다.
이런저런 걱정 없이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것. 자유로움, 그리고 즉흥성. 이게 혼자의 매력이다. 계획적인 사람들이 들으면 그게 뭐냐고 할지 모르겠다. 나는 무계획적인 사람이라 그날의 온도와 습도 햇빛의 정도 등에 따라 사소한 행동들을 달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서 “즉흥성”을 선호한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갈 수영장을 고르고 이만 닦고 차에 올라 곧장 수영장에 왔다. 수영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혼자 놀고 있다.
내 앞쪽 단체석은 지금 떠들썩하다. 조금 전 수영장에서 얼굴을 봤던 분들이 여럿 와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수영 동호회인가 보다. 수영 대회 이야기를 하고, 기록을 논한다. 자유형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차는 나 같은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수영동호인들. 나같이 혼자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함께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차게 하는 동호회 활동.
한편으로는 이렇게 혼자 하는 수영으로 계속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혼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함께하며 느끼는 즐거움과 성장의 기쁨이 분명 있을 거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저 앞에서 하하호호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과연 내가 수영 동호회에 가입할지 미지수이나, 함께 하는 수영의 가능성을 열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문이 언제 다 열릴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단은 열심히 “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