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춥고 어둡다.

겨울은 역시 시련

by 김훗날

이러지 않기로 했다. 추위 때문에 수영을 멀리하지 않기로, 그 뜨겁던 여름에 다짐했었다. 그러나 막상 추위가 찾아오자 나는 어찌할 수 없었다. 새벽 알람소리에 눈은 떴지만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기온 급하강으로 땅이 얼었을 수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재난문자를 보고 겁이 났다. 수영은 잠시 넣어두자 생각하고 날이 밝아온 후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그런 날은 생각보다 날은 춥지 않았다. 재난문자에 몇 차례 속았지만, 여전한 두려움으로 가급적 안전을 택했다. 그렇게 수영과 멀어져 갔다. 두 주를 그렇게 보내고, 이러다가는 영영 수영과 이별하겠다 싶어, 그다음 주에는 꼭 수영장에 가리라 마음먹었지만, 나는 독감에 걸렸다. 일주일을 이불속에서 지냈다.


수영을 대하는 나의 감정은 마치 인간관계에서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연인이라고 해도 좋겠다. 잘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수영에 대해 찾아보고, 시간만 나면 수영장을 가고, 온종일 수영에 대해서 생각했다. 호기심 단계다. 얼마쯤 후 하나하나 익혀가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실력도 조금 느는 듯했다. 본격적으로 사귀는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가 익숙해졌다. 수영장 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어느 순간 좀 더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 같지는 않고, 재미가 덜해졌다. 그러다가 추위가 찾아온 것이다. 만약 호기심 단계에서 추위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시작도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장벽을 뛰어넘은 사랑이 더욱 깊어졌을까?


어떤 이들은 이 슬럼프를 예쁜 수영복을 사 입으며 극복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기록을 단축하려는 노력을 통해 극복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수영복에도 별 관심이 없고, 기록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쉬어가는 게 좋을까? 이미 많이 쉬었기 때문에 더 쉬고 싶지는 않다.

일단 수영장 사우나라도 이용하러 가야겠다. 겨울 아침 어둠을 뚫고 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탕으로 풍덩. 이것이 나와 수영의 관계를 다시 세우기 위한 새로운 목표다. 목욕만 하고 오진 않겠지? 그렇다한들 또 어떠랴. 아침이 안 되겠거든, 저녁에라도 가야지. 일단 가느다란 인연의 끈이라도 잡고 가 보자. 관계가 다시 좋아질지 어찌 알겠어.

차가운 겨울이지만, 내 마음은 식지 않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