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세상은 마치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의 만남은 강제로 격리되었다.
내게 이 상황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평소에 일에 빠져 사는 나는 일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가족과 함께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늘 누군가와 통화하거나, 잠깐 밥만 먹고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러 나가야 안정을 찾을 정도였다. 그러나 팬데믹은 나를 집 안에 머물게 했고,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고립된 상황에서, 술을 좋아하던 나는 혼술의 재미를 발견했다. 혼술은 처음엔 작은 위안이었지만 점차 습관이 되었고, 결국 술 중독에 가까운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살다간 정말 폐인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집 앞 공원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1km를 걷는 것도 힘들어서 중간에 어지러워 벤치에 앉아야 했다. 그러나 꾸준히 걷기를 이어갔고,
1년이 지난 후에는 체력도 좋아지고 등산까지 다니는 여유를 찾게 되었다.
2022년 9월, 한 지인을 통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써니 씨, 다음 달 여의도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하프 코스를 뛰어보는 건 어때요?"
“나이 들어서 뛴다는 게 가능할까요? 하프가 몇 킬로미터나 되나요?"
“그냥 2시간 정도 걷지 않고 천천히 뛰면 돼요.”
마라톤 대회 당일,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화장실 줄이 지하철까지 이어져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반바지와 민소매 차림의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모두 전문 마라토너처럼 보였다.
그에 비해 나는 집에서 입던 추리닝에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어색함 속에서도 마라톤 시작 신호가 울렸고, 나는 지인의 조언대로 쉬지 않고 뛰었다. 결과는 2시간 10분. 비록 처음이었지만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내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후, 나는 마라톤에 빠져들었습니다. 유럽여행을 가도 혼자 새벽에 일어나 뛰었다. 새벽 프랑스 세트강줄기를 따라 뛰는 황홀함은 잊을 수가 없다.
2023년 2월에는 집 근처 마라톤 모임에 가입했고, 바로 3월에는 동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동아 마라톤은 2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대회로, 그 규모에 압도되었다. 이번엔 전문 마라톤 복장으로 무장하고 대회에 나섰다. 주변 사람들은 풀코스를 도전하는 나를 걱정했지만,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출발선에 섰다.
첫 풀코스 완주 시간은 4시간 40분. 마지막 30분은 팔다리의 감각이 사라진 상태로 뛰었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며 많은 사람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지만, 내겐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뛰자고 해서 뛰었다'는 생각뿐이었다.
뛰고 난 후 그날의 축제 분위기는 잊을 수 없었다. 마라톤 모임 사람들과 함께한 뒤풀이에서 마신 술 한 잔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주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웠고, 고객과의 약속에 겨우 참석했지만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마라톤은 축제로 즐기되, 술로 망치지 말자.
이제 마라톤은 내 삶의 중요한 축제가 되었다. 뛰는 것 자체가 내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과정이고, 축제의 기쁨은 건강한 몸과 좋은 음식으로 이어진다. 매번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보다, 축제의 날을 온전히 즐기며 삶의 활력을 찾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