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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여정, 나를 찾아 가는 길

by 허당 써니

“써니 씨, 요즘 왜 이렇게 변했어요?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 잖아요...”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당황과 웃음을 섞어 나를 바라보며 이런 말을 건넨다. 180도 달라진 삶을 살고 있는 지금,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의 내 모습, 내 행위, 내 생각,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이 삶이 과연 내가 원했던 것일까? 누구나 변화를 원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그런데 나는 변했다.

그리고 이 변화가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대학 시절,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셨고, 친구들과의 유흥이 일상의 전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일하던 회사의 영업부장이 내게 제안을 했다. “써니 씨, 나랑 영업해 볼래요?”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잘 마시던 내게 영업이라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렇게 영업사원이 되어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가족과의 시간은 뒷전이었고, 매일 같이 술을 곁들인 회식과 접대로 새벽 늦게 집에 들어오기 일 수였다. 그렇게 30년 동안 IT업계에서 일한 나는 전설과도 같은 사람으로 남아 지금은 영업본부장으로 있다.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모든 만남을 단절시켰다. 늘 사람과 함께 하는 삶만 살았던 나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어색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결국 혼술을 즐겼다. 하지만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갱년기가 찾아오며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술을 마신 뒤 필름이 끊기는 일까지 생겼다, 비로소 깨달았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고.

어느 11월의 차가운 아침, 집 앞 아시아 공원으로 나가 걸었다. 걷기를 운동으로 삼아본 적이 없던 내게 처음 1km조차 걷기가 버거웠다. 현기증이 나서 벤치에 몇 번이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걷기운동은 1년 후 달리기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 신체뿐만 아니라 내 의식도 깨어나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싶어졌다. 인문학 모임에서 소개받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펼쳤지만, 책 전체를 완독해 본적이 없던 나는 처음 1년 동안은 아무리 읽어도 내용들이 머릿속에 인지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히 읽다 보니 어느 순간 활자가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책에서 재미를 발견했다.


술멋는 휫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더 맑은 정신으로 책을 이해하고 싶었고, 더 가벼운 몸으로 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매일 10km씩 서울숲과 한강을 달린다. 그리고 늘 갈망하던 영어 공부도 시작했다. 알파벳조차 서툴렀던 내가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은 영어가 잘 들리지 않지만, 나의 도전 정신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그렇게 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하지만 가끔은 문득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아무 생각 없이 술을 마시고, 그 순간을 즐기던 시절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다시 행복할까? 그러나 나는 안다. 적당히 이것저것을 하다 보면 결국 어느 하나에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삶이 진정으로 즐거운 것일까?

이럴 때는 혼술을 하며 생각에 잠기고 싶지만, 지금의 나에게 그것은 단순한 유혹일 뿐이다. 다음날, 흐트러진 정신으로 나의 루틴을 망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성장하는 것이 지친 걸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며 살고 싶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하고 싶은 일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일이다.


나는 나를 찾는 여정을 걸으며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속에는 어려움과 고통도 함께한다. 그러나 꾸준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언젠가 나 자신을 온전히 찾을 것이고,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아도 괜찮다. 그 과정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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