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도 줄 선다, 홍콩 삼수이포 맛의 골목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지난달 10일, 홍콩의 삼수이포 지역을 배경으로 현지 로컬 맛집 탐방기를 방영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복잡한 도심의 번화가가 아닌, 골목 골목 숨겨진 동네 식당을 중심으로 한 이번 미식 여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도였다.
삼수이포는 번화한 중심가와는 거리가 있지만, 홍콩의 진짜 식문화와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셰프보다는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 주를 이루고, 현지인과 여행객이 뒤섞인 식당 안 풍경은 오히려 이 지역만의 따뜻한 매력을 더한다.
1. 고소함이 살아있는 전통 디저트, ‘두부 푸딩’
6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온 ‘쿵워 두부 팩토리’는 삼수이포 골목의 대표 간식집이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두부 푸딩과 바삭한 두부튀김은 소박한 재료로 만든 고급 디저트처럼 다가온다. 콩 향이 강하게 살아 있어, 인위적인 단맛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다.
2. 아침 한 끼의 미학, ‘콘비프 샌드위치’
‘선항유엔’은 출근길 직장인들이 줄을 서는 가게다. 대표 메뉴는 콘비프와 스크램블 에그가 어우러진 샌드위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특유의 풍미가 가득하다. 함께 곁들이는 홍콩식 밀크티는 단맛과 진함을 조절할 수 있어 개인 취향을 존중하는 세심함까지 더했다.
3. 세대를 이어온 면의 기술, ‘라우섬키 누들’
오랜 세월 한 가지 방식만 고수해온 ‘라우섬키 누들’은 대나무 장대를 이용한 전통 반죽법으로 면을 만든다. 손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면발은 탱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살아 있고, 건새우와 어우러진 로메인은 이 집만의 대표 메뉴다. 현재는 3대째 가업을 이어가며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고 있다.
4. 조합의 재미가 있는 홍콩식 국수, ‘카트 누들’
‘만케이 카트 누들’은 선택형 국수집으로, 베이스 국수에 각종 고기, 야채, 소스 등을 직접 고를 수 있어 조합의 재미가 크다. 특히 특제 칠리 소스를 얹은 양지머리 고기와 달콤한 스위스 스타일 닭날개는 현지인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메뉴다. 단일 거리에서만 세 곳의 분점을 운영할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5. 몇 달러로 경험하는 미슐랭의 맛, ‘청펀’
마지막으로 소개할 ‘홉익타이’는 길거리 음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간단한 재료지만 정성과 기술로 빚어진 청펀(쌀국수 롤)은 간장과 참깨 소스를 살짝 끼얹어 마무리된다.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에 현지인들도 늘 줄을 서는 이 집은 미슐랭 가이드의 스트리트 푸드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로컬이 추천하는 진짜 홍콩
이번 방송 이후 삼수이포는 ‘홍콩에서 가장 현지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급부상했다. 유명 레스토랑이 아닌, 이웃집 같은 공간에서 한 끼를 마주하며 홍콩의 일상을 체험하는 것이 이 지역 미식 여행의 핵심이다.
수십 년을 이어온 장인의 손맛과 현대의 감각이 공존하는 홍콩의 로컬 음식 문화. 그 중심에서 삼수이포는 단순한 식도락을 넘어, 도시의 시간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