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연일 이어지는 요즘, 실내에만 머물기엔 답답하고 무료하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이라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면 어떨까. 경주시가 소개한 ‘편백숲내음길’은 그런 이들에게 제격인 장소로, 조용한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산책과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힐링 명소다.
경북 경주시 오봉산 초입에 자리한 이 숲길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유명 명소와는 달리, 혼자 또는 소수의 인원으로 조용히 걷기 좋은 산책 코스다. 총 길이는 500m로 비교적 짧지만, 흙길과 나무 데크가 잘 조성돼 있어 왕복 30분 내외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특히 데크 구간은 빗길에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잘 정비돼 있어 안전하며, 쉼터 정자가 곳곳에 마련돼 있어 잠시 비를 피하기도 좋다.
비 오는 날 이 길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피톤치드’ 때문이다. 편백나무가 내뿜는 이 천연 향균 물질은 면역력 증진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름철처럼 기온과 습도가 높은 시기엔 피톤치드의 농도가 가장 짙어지며, 빗물과 함께 숲 전역으로 퍼져 깊고 상쾌한 삼림욕을 가능하게 한다.
숲 안의 공기는 촉촉하고 서늘해, 실내 에어컨보다 쾌적하게 느껴진다. 비 내리는 숲길에서의 호흡은 한층 깊고 편안해져, 마치 자연 속에서 ‘공기 마사지를’ 받는 기분을 선사한다. 차량 이용 시 숲 입구 인근에 소규모 주차장이 있으며, 대중교통은 경주시내에서 350번 버스를 타고 ‘송선1리달래창’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숲 해설과 트레킹 연계, 걷는 즐거움 두 배
이곳에서는 단순한 산책뿐 아니라 자연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해설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주말과 공휴일 오전 10시에는 무료 숲 해설이 진행된다. 숲길 초입의 정자에서 모이면 해설사가 동행하며 식물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준다. 사전 신청 없이 현장 참여가 가능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걷는 코스를 확장하고 싶다면 오봉산 트레킹 코스와 연계해보는 것도 좋다. 편백숲을 시작으로 여근곡, 월명사, 오봉산 정상, 부산성 계곡까지 이어지는 약 3시간의 트레킹 코스는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는 난이도로 구성돼 있다.
트레킹 도중 마주치는 경주의 경치는 고대 삼국의 역사와 현대 도시 풍경이 한눈에 어우러져, 비 오는 날의 분위기와 함께 특별한 감동을 준다. 흙내음, 숲 향기, 비 소리가 어우러진 산책길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마음의 휴식을 선사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경주시 관계자는 “장마철에 오히려 이 숲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비와 숲, 그리고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편백숲의 진면목을 많은 분들이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복잡한 도심과 관광지의 북적임을 피해, 고요한 숲속에서 비를 맞으며 걷는 이 산책길은 장마철의 무료함을 위로해주는 자연의 선물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