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역 행사를 찾아다니다 유독 마음을 사로잡은 축제가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차오르는, 바로 맥주 축제였다.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 대구 치맥페스티벌 같은 유명한 행사들은 익숙했지만, 강원도 홍천에서도 맥주축제가 열린다는 건 처음 알게 됐다.
호기심이 생겨 홍천군청 홈페이지까지 뒤져봤고, 작년 축제 사진을 본 순간 결심이 섰다. “올해는 꼭 가야겠다.”
이번 2025 홍천강 별빛맥주축제는 7월 3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됐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가 함께하는 이 축제는 홍천강변 도시공원 일대에서 열리며, ‘도심 속 여름 휴양지’를 표방한다.
전야제의 존재부터가 어쩐지 정겹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런 기대감을 안고,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 7월 31일 저녁, 홍천을 찾았다.
홍천 도심의 한 공원은 이미 해가 지기 전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평일임에도 북적이는 풍경은 마침 여름휴가철과 겹쳐 더 활기를 띠는 듯했다.
처음엔 규모가 크지 않아 보였지만, 곳곳에 준비된 무대와 푸드존, 맥주존이 꽤나 알찼다. 메인 무대 앞 테이블은 마치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처럼 꾸며져 있었고, 그 풍경만으로도 설레는 마음이 들썩였다.
맥주를 구매하려면 성인 인증을 거쳐 팔찌를 받아야 한다. 민증을 꺼낼 새도 없이 팔찌를 손에 채워주었고, 본격적으로 축제 탐방에 나섰다.
지역 상인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푸드코너와 푸드트럭들이 모여 있었고, 예상보다 음식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다만 푸드트럭 쪽은 약간 가격이 있는 편이었다.
나는 페퍼로니 피자와 500cc 맥주 두 잔, 그리고 생맥 피처(1000cc)를 들고 자리로 향했다. 메인무대 쪽은 너무 붐빌 것 같아 공원 분수대 앞 자리에 앉았는데, 이 선택이 탁월했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평화로웠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위도 한결 덜했다.
맥주와 함께한 버터 오징어, 쥐포 안주는 지역 상인이 판매하던 것으로, 이런 조합이야말로 진짜 지역 축제의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홍천군민들에게 지급된 민생지원금으로 맥주나 음식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야 혜택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지역민들에게는 꽤 실속 있는 축제였겠다 싶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열기는 더해졌다. 공연은 무대 밖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람할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나기 아쉬웠다. 가려던 길을 잠시 멈춘 건 한쪽에서 진행 중이던 무료 게임 부스 덕분이다.
총 3개의 미니 게임이 있었고, 성공하면 경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두 가지 게임을 성공해 숙취해소제와 병따개를 얻었다. 마지막 고난도 게임에선 실패했지만, 성공하면 예쁜 맥주잔을 받을 수 있다니 도전할 가치는 충분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는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같은 이벤트도 이어졌다. 팀을 짜 큰 피처 맥주를 빨대로 마시는 방식인데, 나는 자신 있었지만 팀 매칭의 운이 따라주지 않아 참여하진 못했다. 그래도 보기만 해도 유쾌한 장면이 이어졌고, 축제는 그렇게 깊어지는 여름밤 속으로 흘러갔다.
홍천이라는 도시에 ‘맥주 축제’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미처 몰랐다. 바람 따라 분수 앞에서 즐긴 맥주는 여느 유명 축제 못지않게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도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 만약 올해는 타이밍을 놓쳤다면, 내년 2026년 여름, 홍천강 별빛맥주축제를 미리 찜해두는 건 어떨까. 여름밤의 설렘을 다시 꺼내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