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면 단풍보다 먼저 붉게 물드는 풍경이 있다. 경상남도 함양에 자리한 상림공원은 천년의 숲과 계절의 꽃이 어우러진 대표 힐링 여행지다. 무엇보다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1962년 12월 3일, 상림은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됐다. 신라 말기의 학자 최치원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으며 조성한 숲으로, 단순한 공원을 넘어 역사와 선조의 지혜가 깃든 공간이다. 천년 세월을 품은 숲에서 산책하는 경험은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선다.
상림의 중심에는 1.2km에 이르는 맨발 전용 산책로 ‘다볕길’이 있다. 마사토 흙길을 맨발로 걸으면 시원하면서도 생기 있는 감촉이 전해진다. 특히 9월은 꽃무릇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로, 붉은 물결이 융단처럼 펼쳐져 걷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 소리는 도시에서 잊고 지낸 감각을 깨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의 시간을 “스파에서조차 얻기 힘든 치유”라고 표현하며 깊은 휴식을 경험했다고 전한다.
상림의 가을을 대표하는 주인공은 단연 꽃무릇이다. 잎과 꽃이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운명을 지닌 이 꽃은 숲 속 그늘마다 군락을 이루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전남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에서도 꽃무릇을 볼 수 있지만, 천년 숲을 배경으로 무료 개방된 상림의 매력은 차별화된다.
붉은 꽃무릇뿐 아니라 황화코스모스, 버들마편초, 풍접초, 빅베고니아 등이 어우러져 숲길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1.6km 길에 펼쳐진 꽃의 향연은 걷는 내내 새로운 장면을 선물한다.
상림은 꽃구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을철에는 지역 축제와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며 여행객들에게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통을 품은 숲과 현대적인 축제가 어우러져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입장료와 주차비 부담 없는 무료 개방은 지역 주민은 물론 외부 관광객에게도 큰 장점이다. 천년 숲의 고즈넉한 풍경과 다채로운 문화가 어우러진 함양 상림공원은 가을철 힐링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